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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 '이춘재 사건'될까…경찰 신상공개위원회 검토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화성시의회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이춘재(56) 연쇄살인 사건'으로 명칭을 교체해 달라고 경찰 등에 공식 요구했다. 경찰도 이를 위한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JTBC 캡처]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JTBC 캡처]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전담수사본부는 최근 화성시의회로부터 '화성 연쇄살인 사건' 명칭 변경 촉구 결의문을 전달받아 검토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화성시의회는 지난달 28일 "경찰과 언론 등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이춘재 살인 사건'으로 변경하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화성시와 타 지역에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8년에 걸쳐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밝혀졌다"며 "살인 사건명에 '화성'이라는 지명이 붙여지면서 시민들은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진 도시에 살고 있다는 오명을 3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짊어지고 있으니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이춘재 살인 사건'으로 즉시 변경하라"고 주장했다.
또 최근 이 결의문을 경찰과 언론사 등에도 보냈다.

"이춘재 사건으로 불러달라" 화성시는 요구하지만…

경기도 화성시의회. [연합뉴스]

경기도 화성시의회. [연합뉴스]

경찰은 화성시의회의 요구를 검토하면서도 "당장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지난 9월 이춘재를 화성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수사를 시작하고, 지난 10월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이춘재의 신상을 직접 밝힌 적은 없다.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 추정의 원칙' 때문이다.
'강호순 사건' '유영철 사건' '고유정사건' 등 범인의 이름이 사건명으로 하는 경우는 용의자가 피의자로 입건돼 처벌이 가능할 경우다.
이춘재가 14건의 살인과 30여건의 성범죄를 자백하긴 했지만, 공소시효가 모두 끝나 기소 등 형사 소송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그러나 화성시의회가 '이춘재 사건'으로 명칭을 변경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경찰도 고민하고 있다. 이춘재가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라 신상공개가 가능하긴 하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이거나 피의자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재범방지, 범죄예방 등 공익을 위해 필요할 때도 신상을 공개한다.

"8차 화성 사건 재심 전 이춘재 신상 공개 검토" 

경찰도 이춘재에 대한 신상공개위원회 개최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8차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옥고를 치른 윤모(52)씨에 대한 재심이 개시되기 전엔 피의자(이춘재)의 신상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배 청장은 "재심이 시작되면 피의자(이춘재)가 법정에 나올 가능성도 있어서 그 전에 신상 공개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춘재의 신상이 공개되면 '이춘재 사건'이 아닌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명명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배 청장은 "아직 검토 단계이긴 하지만 피의자의 신원이 공개되면 단순히 피의자의 이름만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연쇄살인'이라는 것을 함께 명시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앙포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중앙포토]

이춘재 사건, 나머지 9건도 추가 입건되나 

한편 경찰은 이춘재를 추가로 입건할 계획이다. 현재 이춘재는 화성사건 이후인 1994년 1월 충북 청주 자택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경찰은 이춘재의 DNA가 검출된 3차·4차·5차·7차·9차 사건의 피의자로만 이춘재를 입건했다.
배 청장은 "DNA가 검출된 사건 말고도 이춘재가 자백한 나머지 9건도 계속 조사하는 중"이라며 "이춘재의 자백이 과거 수사 기록 등과 맞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pp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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