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년간 성매매…적나라한 체험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64호 20면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봄날 지음
반비

“맞아도 내 잘못, 강간을 당해도 내 잘못, 남자에게 버려져도 내 잘못, 성매매를 해도 내 잘못. 모든 것을 내가 감당해야 했다.”

20여년간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이 읊조린 말에서 깊은 울림이 느껴진다. 필명을 쓰는 저자 봄날은 열여덟 살에 성매매 업소에 유입되기까지, 그리고 그 후 업소에서 빠져나오기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담담하게 회고했다. 가난한 집안 환경 속에서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고, 중학교를 중퇴하고 공장에서 일하면서 성폭행을 당하고, 첫사랑 남자친구를 위해 임신 중절까지 했지만 연락이 두절되고, 가족들을 위해 성매매를 하게 됐지만, 저자는 줄곧 자신의 탓으로 여긴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도, 선생님도, 친구도, 그 누구도 그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자를 유혹했다’ ‘돈을 쉽게 벌려고 한다’는 식의 비수를 꽂는 말로 저자 자신을 혐오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성매매 생활이 너무 힘들어 차라리 장기매매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제는 자신이 모든 짐을 짊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빈곤한 여성에게 이 사회가 어떻게 폭력을 행사하고 성매매로 빠지게 하는지에 대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눈 덩어리처럼 불어나는 빚을 갚기 위해 노래방, 룸살롱, 성매매 집결지, 보도방, 티켓다방으로 이어진 저자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사회에 퍼져 있는 성매매 문화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보기 불편해 책장을 덮을 수도 있지만,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알아야만 하는 진실이다.

저자는 이제 성매매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아니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 오기까지 여성인권지원센터, 여성의전화 등 다양한 활동가와 관계자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여전히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그는 반(反)성매매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가난하고, 부족해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서 말이다. 성매매 이슈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면 일단 이 책을 완독하자.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