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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영화 같은 스티븐 킹 소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64호 21면

고도에서

고도에서

고도에서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황금가지

스티븐 킹이 변했다. 신작 장편소설 『고도에서』가  증명한다. 주인공 스콧은 이혼당한 ‘돌싱’ 아재. 직업은 웹디자이너. 경제적으로 적당히 여유가 있으며 고양이와 단출하게 살고있다. 키 195cm, 몸무게 109kg. 거구인 그에게 감추고 싶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 뚜렷한 이유 없이 체형은 변하지 않고  체중만 줄어들고 있다. 매일 일정하게 0.5kg씩 줄어든다. 양손에 무거운 아령을 들고있어도, 홀딱 벗고 체중계에 올라가도 둘 다 몸무게가 똑같다.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몸이다. 미스터리 요소가 등장하며 비로소 킹의 소설다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스콧의 이웃으로 레즈비언 부부가 이사온다. 스콧의 몸에서 벌어지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레즈비언 부부가 마주하며 본격적인 이야기의 폭을 넓혀나간다. 얇은 두께지만 동화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지며 묵직한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어수선한 연말, 고도에서 내려온 산타 킹이 『고도에서』를 선물하며 건재함을 알린다. 뉴욕타임스는 “킹의 전에 없던 상냥함”이라 평했다. 피카소는 “어린아이처럼 그리기 위해 평생이 걸렸다”고 했다. 킹의 나이 72세, 그도 어린아이처럼 상냥해진 걸까? 영화 같은 스토리, 할리우드가 또 탐낼 것 같다. 킹의 이전 소설 인물들이 카메오처럼 출몰한다.

곳곳에 박힌 이탤릭체 문장들은 눈에 거슬린다. 용도를 모르겠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초록색 벌판 표지는 제목의 ‘고도’가 고도(高度)임을 말해준다. 벌판 위에 드리운 거대한 검은 그림자는 우리 주변에 잠복한 스릴러를 암시하는 것만 같다. 킹이 “내 문학 인생의 아버지” 라 했던 리처드 매드슨의 장편 『줄어드는 남자』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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