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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인 동의하면 공개할 용의" 다음날 홍익표, 첩보 문건 공개

중앙일보

입력

청와대가 지난 4일과 5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을 해명하고 나섰지만 논란만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제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송봉근 기자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5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제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송봉근 기자

  청와대는 지난 4일 고민정 대변인이 춘추관에서 노영민 비서실장 지시로 실시된 민정수석실 자체 조사결과를 브리핑했다. 민정수석실 관계자가 추가 질의응답에 나서기도 했다. 외부 공직자가 민정수석실 A행정관에게 제보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당일 최초 첩보의 제보자가 송철호 현 울산시장의 최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알려졌고 곧이어 A행정관이 검찰수사관 출신으로 민정비서관실 내근직이었던 문모씨로 드러났다. 그러자 5일엔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춘추관을 찾았다.

 4일 브리핑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최초 제보자에 대해 ‘공직자’라고 언급하면서 “정당 소속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문씨가 송 부시장으로부터 받은 제보를 바탕으로 문건을 작성했던 2017년 10월은 이미 송 부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송철호 후보 캠프에 핵심 간부로 합류했던 시점이다.

 이 관계자는 ‘제보자에 대해서 조사를 했을 텐데, 울산시장 선거랑 이해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라는 기자 질문에 “제보자를 조사할 수는 없다. 청와대에서 조사할 수 있는 범위는 정해져 있다”고만 했다. 울산시장 선거와 이해관계 여부가 있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답변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이 관계자는 제보자 신원에 대해 “지금부터 상당 부분 여러 소문이 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잘 취재해 보시면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보자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 있지 않으냐고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전날부터 울산 현지에서는 기자들이 송 부시장이 하명수사 의혹의 중심에 있다고 보고 관련 취재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해당 브리핑이 끝나고 5시간여 뒤 언론 보도로 최초 제보자는 송 부시장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5일 윤도한 수석은 브리핑에서 “만일 제보자가 누구인지 밝혔다면 그건 불법이 될 수도 있다”며 “언론은 청와대가 제보자를 밝히지 않았다고, 즉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모씨가 송 부시장 제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문건에 대해서 4일에만 해도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양해해 달라”며 “비위 사실들이 나와 있기 때문에 일종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윤 수석은 5일 “(송 부시장이) 동의를 하신다면야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 같은 발언이 있었던 다음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의혹’이라고 적힌 4장 분량의 첩보 문건을 입수한 사실을 공개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입수 경위에 대해서 “이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한 달 정도 전후한 시점에 개인적 차원에서 입수한 것”이라며 “문서에 관계된 분에게 (신빙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이나 검찰이 어떻게 무엇을 하라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6일 오전 울산시청 본관 8층 경제부시장실에서 검찰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있다. 검찰이 설치한 차단선 뒤로 취재진들이 몰려 있다. 김정석기자

6일 오전 울산시청 본관 8층 경제부시장실에서 검찰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있다. 검찰이 설치한 차단선 뒤로 취재진들이 몰려 있다. 김정석기자

 청와대는 6일은 별도의 브리핑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송 부시장 집무실과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청와대는 한편, 송 부시장이 지난해 1월 송철호 시장과 함께 청와대 행정관과 만나 공공병원 관련 공약을 논의한 것을 두고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설명하는 일은 행정관의 본연의 업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해당 자리는 출마예정자(송 시장)의 공약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통령의 공약에 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며 “2017년 6월 대통령 주재 시도지사 간담회 때에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도 대통령 공약사업인 공공병원 건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왜 송 시장 측 관계자인 송 부시장과만 얘기했는지에 대해선 해명하지 않았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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