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고 싶어요” 韓 여성, 인니 국회서 눈물로 호소한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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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국영 보험사인 지와스라야의 지급불능에 따른 피해자 48명이 4일(현지시간) 현지 국회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국영 보험사인 지와스라야의 지급불능에 따른 피해자 48명이 4일(현지시간) 현지 국회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하루하루가 지옥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60대 인도네시아 한국 교민 여성 A씨는 4일(현지시간) 현지 국회에 출석해 국영 보험사인 지와스라야 지급불능에 따른 피해를 호소했다.

이날 인도네시아 하원 6 분과위원회에선 A씨를 포함해 48명이 지와스라야 사태 피해자로 출석해 1년 넘게 돈이 묶여 있는 상황을 증언했다. 이들 대다수는 인도네시아인이지만 한국인 5명과 말레이시아인, 네덜란드인도 포함됐다.

A씨는 대표로 피해 상황을 진술한 8명 중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남편과 사별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남편이 남긴 연금이 지와스라야에 묶여 있어 갈 수 없다”며 “제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지와스라야는 KEB하나은행 인니법인 등 7개 은행을 통해 연 6∼9% 고이율의 저축성 보험을 판매했지만, 유동성 위기로 지난해 10월 6일부터 이자는 물론 원금 지급 정지를 선언했다. 피해자 가운데 한국인은 474명, 피해 금액은 5720억 루피아(484억원)에 이른다. 피해자들이 눈물로 해결을 촉구했다는 소식은 콤파스 등 현지 주요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한국인 피해자 대다수는 “예금상품인 줄 알았다. 하나은행 직원이 떼일 염려가 없는 좋은 상품이라고 추천했다”면서 하나은행이 해당 상품 가입증권을 인수해 지와스라야 대신 돈을 먼저 지급해달라고 주장한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법인 측은 일부 불완전판매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이 승인해주지 않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한국인 피해자로 참석한 이강현 인니 한인 상공회의소 수석 부회장은 “지급불능 사태가 터지기 한 달 전까지 해당 상품을 판매한 것은 금융감독청이 감독을 잘못한 것”이라며 “금융감독청은 사태 해결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술을 청취한 분과위원장은 “작년부터 지와스라야 사태가 (의회에서) 2∼3번 거론됐는데, 대선 등으로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6분과위 의원들은 조만간 지와스라야의 상위기관인 국영 기업부 장관과 금융감독청장을 불러 사태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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