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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원산ㆍ갈마 관광’ 거론한 날 해리스 “강한 제재 유지”

중앙일보

입력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미국 시장 진출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9.12.3   [연합뉴스=사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미국 시장 진출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9.12.3 [연합뉴스=사진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2일 비공개 강연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등과 관련해 “한ㆍ미 양국이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고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열린 서울대 미래지식사회포럼 송년회에서 비공개 특강에 나선 해리스 대사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북핵 문제의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로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제재 유지ㆍ이행이 비핵화에 중요하다”며 이런 취지로 답했다고 참석자가 전했다. “남북 간 경제 협력 프로젝트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은 없다”고도 했다고 한다.
이 참석자는 “해리스 대사는 미국이 최고의 압박을 가했기 때문에 북한이 대화에 나온 것이라 제재를 변함 없이 이행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의 최종 목표와 로드맵에 포괄적으로 합의하기 전에는 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발언이 나온 시점이 묘했다. 약 반나절 앞선 이날 오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공개 강연에서 원산ㆍ갈마 지구 관광을 언급한 뒤였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오전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원산ㆍ갈마지구 개발을 함께 논의하자고 북한에 제안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동해 관광특구를 공동 개발하자는 것은 9ㆍ19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 중 하나”라고 답했다. 같이 개발하자는 뜻이냐고 재차 묻자 “북한이 원산ㆍ갈마 지구부터 금강산까지 자체 개발했을 때 대한민국 국민이 어떤 식으로 관광할 수 있을 것이냐는 문제”라며 “대체로 교통 문제”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육로뿐 아니라 항공기나 크루즈 선박 이용도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실질적 투자가 이뤄지려면 제재 완화가 전제돼야 하고, 두 가지 문제(국민 개별관광과 실질 투자)를 나눠서 생각하면 좋겠다”면서다. 이처럼 제재 완화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김 장관이 갈마ㆍ원산지구 관광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한 게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진 뒤 이뤄진 비공개 강연에서 해리스 대사는 제재 유지를 못 박은 것이다.
이와 관련 김 장관은 항공기, 크루즈 선박을 교통편으로 거론했는데 여기에서도 한ㆍ미 독자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 한국은 북한에 기항했던 선박은 1년 동안 국내에 입항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행정명령 13810호를 통해 180일 내에 북한에 기항했던 선박은 미국 입항을 금지한다. 또 북한 땅에 착륙한 적 있는 항공기는 180일 동안 미국에 들어갈 수 없도록 했다.
한편 해리스 대사는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한국이 외교적으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한국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며 “한ㆍ미 양국이 함께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세상에 살게 해줘야 하며 지난 3세대 동안 한ㆍ미 동맹이 그 역할을 했다. 노력과 자양분 투여 등의 향후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유지혜ㆍ이유정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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