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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공개금지 제도 명심하라" 검찰·언론에 공개 경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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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12월 1일부터 피의사실과 수사상황 공개를 금지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을 명심해달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3일 한 말이다. 오전까지만 해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에 대한 ‘하명 수사’ 의혹에 대해 “추가로 밝힐 게 없다”던 청와대는 이날 오후 4시 돌연 브리핑을 하고 이렇게 말했다. 고 대변인은 “어제부터 확인되지 않은 관계자 발로 일부 언론에 사실관계가 틀린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유서에 있지도 않은 내용을 거짓으로 흘리고, 단지 청와대에 근무했단 이유만으로 이번 사건과 연관이 없는 사람에 대해 의혹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행태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을 표한다”라고도 했다.

청와대가 검찰과 언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윤건영 국정상황실장과 김경수 경남지사가 감찰 무마 의혹에 연루돼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 이후다. 조국 전 민정수석이나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을 넘어 친문 핵심들까지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자 청와대가 거세게 반발한 것이다. 수사와 여론 추이를 지켜보자던 흐름이 한나절도 안 돼 흐트러진 것이다.

전날 고인과 특감반에서 함께 근무했던 경찰 출신 행정관의 진술을 공개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였다. 고 대변인은 국무회의가 열린 청와대 세종실에서 취재기자로부터 “(하명수사 관련) 브리핑이 예정돼있나”는 질문을 받고 “발표가 없다. 어제는 고인에 대한 명예 회복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고, 윤도한 국민소통수석도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나. 검찰은 검찰의 일을 하는 것이고…”라고만 했다.

청와대 김조원 민정수석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조문한 뒤 밖으로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김조원 민정수석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조문한 뒤 밖으로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홍보라인이 이러는 동안 김조원 민정수석의 발걸음은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성모병원으로 향했다.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김영식 법무비서관도 동행했다. 기자들과 만난 김 수석은 “(백 전 수사관이) 훌륭하게 본인의 임무를 수행한 공무원이었다. 유족들께서 제게 부탁한 것은 고인의 명예가 밝혀졌으면 좋겠고, 유품을 빨리 돌려받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전날 검찰이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해 백 전 수사관의 휴대전화와 메모 등을 확보한 것을 지칭한 것이다.

김 수석과 동행한 이광철 비서관은 “고인이 어떤 이유에서 그런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는지, 그 과정들이 낱낱이 밝혀지고 고인의 명예가 회복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노골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숨진 행정관이 검찰의 압박 때문이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는 말들이다. 현재 고인의 사인에 대해 청와대의 압박 때문인 건지, 검찰의 강압수사 때문인지 등을 놓고 여러 설(說)들이 오가는 상황이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장례식장에 마련된 청와대 행정관 출신 검찰 수사관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뉴스1]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장례식장에 마련된 청와대 행정관 출신 검찰 수사관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뉴스1]

김 수석의 조문 이후 고인의 청와대 재직 시절 직속 상관이자, 감찰 무마와 하명 수사 의혹의 한가운데에 있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도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빈소를 찾았다. 유족은 백 전 비서관을 보자마자 오열했고, 백 전 비서관은 유족을 안으며 위로했다. 30분 가까이 빈소에서 머문 그는 김기현 사건의 첩보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는지, 수사 상황과 관련해 고인과 통화한 적이 있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빈소를 빠져나갔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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