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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국 때리기는 왜 미 군함과 NGO인가

중앙일보

입력

“미국이여, 더는 중국의 마지노선을 건드리지 말라. 특히 중국의 반격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중국은 더는 100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 정신 차려라!” 이는 2일 저녁에 나온 중국 환구망(環球网) 보도의 마지막 문장이다.

중국 인민망은 3일 미국 배경의 NGO에 대해 '천사인가 악마인가'라는 짧은 동영상을 통해 홍콩 시위 배후에 미국 NGO가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인민망은 3일 미국 배경의 NGO에 대해 '천사인가 악마인가'라는 짧은 동영상을 통해 홍콩 시위 배후에 미국 NGO가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중국 외교부가 이날 미국의 ‘홍콩인권법안’ 통과에 대한 반격 조치를 발표하자 이에 대한 해설 기사의 대미를 이렇게 장식했다. 미국이 주먹을 뻗으면 중국이 맞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중국은 발길질이라도 하겠다는 경고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미 반격 조치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미국 군함과 함재기의 홍콩 기항 불허와 미국을 배경으로 한 5개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제재 실시다.
중국은 대미 첫 반격으로 왜 미 군함과 NGO를 택했나. 중국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미 군함의 홍콩 기항 금지는 상징성과 실리적 측면 모두를 고려했다. 먼저 상징적 차원에서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반격이라고 중국은 설명한다.
미 군함과 함재기는 미국의 군사 역량을 대표하는 것으로 초강대국 미국의 위상을 상징한다. 즉 미 패권주의의 주먹과 기개를 보여주는 것인데 중국이 이에 대한 제재를 해 미 패권주의의 행실에 맞서는 강력한 일격을 가했다는 것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미국의 '홍콩인권법안'에 대한 중국의 빈격 조치로 미 함정의 홍콩 기항 금지를 발표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미국의 '홍콩인권법안'에 대한 중국의 빈격 조치로 미 함정의 홍콩 기항 금지를 발표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미국은 오랜 기간 서태평양과 인도양을 오가는 함정을 홍콩에 정박시키며 수시로 대만해협에 출몰해 중국에 압력을 가하는 등 유사시에 대비하는 속내가 있었는데 중국이 이에 대해 효과적인 반격을 취한 셈이라는 이야기다.
실리적 측면에서도 미 해군에게 주는 타격이 크다고 중국은 주장한다. 미 함정은 일본과 한국,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도 기항하지만, 홍콩을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전투력과 직결되는 담수와 신선 야채, 과일, 육류 식품 보급에서 홍콩이 최상이기 때문이다.
홍콩의 식품 안전도가 가장 높고 홍콩은 오랜 기간 동서(東西)가 만나는 역할을 해 전 세계 물자 모두를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영어도 문제없어 미 병사들의 휴식처로도 안성맞춤이란 평을 들어와 홍콩 기항 금지는 미국에 엄청난 타격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을 배경으로 한 NGO 제재는 이들 기구가 홍콩 사태 악화의 주범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중국은 말한다. 환구망은 이들 NGO가 마치 홍콩 폭력 시위의 매니저처럼 기획과 훈련, 자금 지원, 여론 조장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홍콩 시위의 가장 큰 배후 NGO로 미국국가민주기금회(NED)를 꼽았다. NED가 사실상 미국의 제2 중앙정보국 역할을 하며 미국국제사무민주협회(NDI)나미국국제공화연구소(IRI) 등에 자금 지원을 해 홍콩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홍콩 빅토리아 항구는 세계 3대 천연 항구 중의 하나로 미 함정이 즐겨 기항하는 곳이지만 이제는 중국의 제재로 당분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중국 환구망 캡처]

홍콩 빅토리아 항구는 세계 3대 천연 항구 중의 하나로 미 함정이 즐겨 기항하는 곳이지만 이제는 중국의 제재로 당분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중국 환구망 캡처]

NED는 홍콩 NGO인 ‘홍콩인권감찰’에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약 190만 달러를 지원했고 지난해에도 9만 달러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또 NED가 NDI나IRI 등을 통해 ‘홍콩기자협회’나 ‘공민당’ ‘민주당’ 등 홍콩의 ‘민간인권전선’ 산하 단체들을 지원해왔다고 말했다.
또 ‘휴먼라이츠워취’나 ‘프리덤하우스’ 등과 같은 NGO는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홍콩 시위대에 자금을 제공하거나 지지 성명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홍콩을 중국에서 완전히 이탈시키려는 ‘색깔혁명’을 꾀해 왔다고 중국은 주장했다.
중국으로선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미 군함의 홍콩 기항을 금지하고 홍콩 시위대의 배후 지원 세력을 차단하고자 미국 배경의 5개 NGO 기구에 대해 제재를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중국 인민망(人民网)은 3일 “지금은 마치 선승(禪僧)이 학승(學僧)의 머리를 막대기로 때리며 소리를 질러 가르치듯이 일부 미국인을 가르쳐야 할 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세계 3대 천연항인 홍콩의 빅토리아 항구를 잃게 된 미국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미 군함과 함재기 홍콩 입항 금지는 #미 패권주의 주먹에 일격 가한 셈 #미국 배경의 5개 NGO 제재는 #홍콩 시위대 돈줄 끊는 역할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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