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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할 타율 국대 강백호 “내년엔 올림픽 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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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강백호는 내년 올림픽 금메달과 더 많은 홈런을 위해, 휴식도 반납하고 일찌감치 개인 훈련을 시작했다. 최승식 기자

강백호는 내년 올림픽 금메달과 더 많은 홈런을 위해, 휴식도 반납하고 일찌감치 개인 훈련을 시작했다. 최승식 기자

강백호(20·KT 위즈)는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11월 2~17일)에서 짧지만 강렬한 한국 야구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렀다. 주로 대타였던 그는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수퍼 라운드 최종전인 일본전에 선발 출전했다. 6번 우익수로 나가 4타수 2안타·3타점·1득점으로 활약했다. 그는 첫 성인 국제대회에서 타율 0.286(7타수 2안타)·3타점·1득점 성적표를 받았다. 프로 2년 차에 불과한 그는 4만5000여 관중의 함성이 쏟아지는 한일전에서도 기죽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안타를 치고 나가면 손가락 세 개를 펼쳐 코리아를 뜻하는 ‘K’ 세리머니를 뽐냈다.

‘2년차 징크스’ 잊은 2018년 신인왕 #프리미어12 한·일전서 불방망이 #귀국 후 웨이트 트레이닝장 직행 #28인치 허벅지에 감독도 놀라

27일 서울 청담동의 한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만난 강백호는 “성인대표에 처음 발탁돼 떨렸다. 형들이 막내라고 잘 챙겨줘서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큰 대회에서 강심장이 되는 편”이라며 웃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도 “일본과 결승전을 앞두고 도쿄돔에서 배팅 훈련을 했는데 모두 담장을 넘겼다. 관중의 박수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이번에 강백호를 처음 봤다. 김 감독은 “허벅지가 어휴…, 대단하다”며 “타격 재능이 정말 출중하다”고 칭찬했다. 강백호의 허벅지 둘레는 28인치다. 다리를 붙이고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다. 강한 하체가 장타력의 원천이다.

파워 스윙의 비결인 굵은 허벅지. 둘레가 28인치(70㎝)다. 최승식 기자

파워 스윙의 비결인 굵은 허벅지. 둘레가 28인치(70㎝)다. 최승식 기자

강백호는 지난해 타율 0.290·29홈런·84타점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각종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휩쓸었다. “타율 3할대를 기록하지 못해 아쉬웠다”던 강백호는 올해 타율 0.336(5위)으로, 시즌 중반까지 타격왕 후보였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만년 하위권 팀 KT도 5위 싸움을 했다. 그는 “작년에는 초구부터 배트를 휘두르는 등 야구를 거칠게 했다. 올해는 상황에 맞게 배팅하다 보니 타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원하던 3할대 타율을 기록했는데도 그는 “올해 점수는 80점”이라고 말했다. 6월 25일 부산 사직구장 펜스 구조물에 손바닥이 찢어졌다. 43일 동안 경기에 나오지 못한 게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는 “팀도 5위 싸움에서 밀려 6위에 그쳤다. 내년에는 부상 없이 중요한 시기에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하나 더 아쉬운 건 홈런이 줄어든 거다. 그는 지난해 고졸 신인 최다 홈런(29개) 신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13홈런으로 줄었다. 장타율도 0.524(2018년)에서 0.495로 낮아졌다.

16일 프리미어12 수퍼 라운드 일본전에서 적시타를 치고 주먹을 불끈 쥔 강백호. [뉴스1]

16일 프리미어12 수퍼 라운드 일본전에서 적시타를 치고 주먹을 불끈 쥔 강백호. [뉴스1]

공인구 교체 탓인데도 강백호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그는 “내년에는 장타자가 되고 싶다”며 “올해 공인구가 바뀌면서 장타가 덜 나오기는 했다. 몸무게가 100㎏ 정도인데, 체지방을 빼고 근육량을 늘려 힘을 키울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프리미어12 대회를 마치고 18일 귀국하자마자 웨이트 트레이닝장으로 달려갔다. 강백호는 내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꿈꾼다. 그는 “감독님이 또 (대표선수로) 선발해 주실지 모르겠지만 가고 싶다. 그래서 한국에 오자마자 몸만들기에 들어갔다. 대표팀이 다녀오느라 올 시즌이 참 길었지만 쉴 틈이 없다. 동계훈련전까지 서울에 얻은 숙소와 헬스장만 오갈 생각이다”라며 웃었다.

한국은 일본을 이기지 못했다. 강백호는 설욕하고 싶다. 일본에 두 차례나 졌는데, 그중에서도 정예멤버로 나선 결승전에서 3-5로 져 준우승한 게 가장 아쉽다. 그는 “다른 나라에는 져도 일본에는 이겨야 한다. 올림픽 진출 티켓을 땄지만, 일본에 져 준우승하면서 대표팀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내년 올림픽에 나간다면,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돼 우승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일본 야구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는 강백호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일본 선수 이름을 줄줄 외웠다. 그는 “내년에 또 가면 만날 선수라 공부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김경문 감독은 강백호에게 “네가 타격은 정말 잘한다. 그리고 나중에 대표팀을 이끌 선수다. 하지만 수비를 더 연마해야 한다. 그래야 주전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실 그는 프로에 와서 외야수가 됐다. 서울고 졸업반 때까지 투수와 포수를 겸업했다. 외야수 경력이 고작 2년밖에 안 돼 아무래도 베테랑보다 수비력이 떨어진다. 강백호는 김 감독 주문을 가슴에 새겼다. 그는 “대표팀에 다녀와 수비가 많이 늘었다. 좀 더 경험하면 더 잘할 수 있다. 부족한 점을 잘 메워서 더욱더 책임감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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