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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회의 좀 열어주세요” 이채익 앞에 무릎 꿇은 엄마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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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장 앞에서 이채익 자유한국당 간사에게 무릎을 꿇고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뉴스1]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장 앞에서 이채익 자유한국당 간사에게 무릎을 꿇고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뉴스1]

 “제발 회의 좀 열어주세요.”

엄마들은 오열했다. 27일 전체회의가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에서다.

‘민식이법’은 이날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해인이법’, ‘한음이법’, ‘태호·유찬이법’, ‘하준이법’ 등 다른 어린이안전법안들은 아직 행안위 법안소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모두 어린이집 교통사고나 통학차량 사고 등으로 숨진 아이들이다.

민식이법과 한음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과 통학버스에 각각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태호·유찬이법은 어린이를 탑승시켜 운행하는 모든 차량을 신고·등록해 운행기록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는 내용이다. 해인이법은 어린이가 안전사고를 당할 경우 관리자에게 응급처치 의무를, 하준이법은 주차장 소유자에게 경사진 곳에 주의 표지판 설치 의무를 각각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8일 법안소위 합의한 적 없다”던 이채익 ‘난감’

해인-태호 가족 및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앞에서 어린이생명안전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어린이 안전한 관련한 법안 심의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인-태호 가족 및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앞에서 어린이생명안전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 어린이 안전한 관련한 법안 심의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식 잃은 부모는 오전 10시 회의 시작을 앞두고 회의장에 들어서는 행안위 위원들에게 일일이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품에는 아이들의 사진을 꼭 껴안고 있었다.

특히 행안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이 오전 9시 40분쯤 회의장 앞에 나타나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엄마들이 “제발 아이들 좀 봐주세요. 물에 빠진 아이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어요. 제발 건져만 주세요. 건져만”(민식엄마), “의원님, 저희 아이들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태호엄마), “제발 소위 좀 열어주세요”(해인엄마)라고 외치자 이 의원은 “아니, 이렇게 하지 마시고요”라면서 굳은 표정으로 난색을 보였다. 이 의원은 이에 앞서 28일 행안위 소위 개최 문제와 관련, 취재진에게 “합의한 적 없다”고 했었다.

이 의원이 회의장에 들어가자 부모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한참을 소리 내 울었고 몇몇 아빠들은 주저앉았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이 오전 10시 10분쯤 회의장에서 나와 “28일에 법안소위를 연다고 위원장께서 말씀하셨다”면서 “아이들 법이 한꺼번에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렇게까지 오시게 하지 말아야 했는데 죄송하다”라고도 했다.

홍 의원은 이에 앞서 유가족들에게 ”28일 법안소위만 통과되면 아무리 어떤 상황이 있다 하더라도 연내 통과는 확실하다“면서 ”민식이법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 법들도 다 묶어서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나경원 “與, 슬픔 악용하는 못된 버릇…야당 탓”

다만 자유한국당은 민주당을 비난했다. ”또다시 ‘야당 탓’ 프레임을 만들었다“면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여당에 묻는다, 단 한 번이라도 한국당이 ‘민식이법’ ‘해인이법’에 반대한 적 있나”라면서 “누군가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가장 못된 정치, 나쁜 정치에 한국당이 좋은 법, 뒤탈 없는 법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비극적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 완벽한 법을 만드는 것이 국회의 책무”라며 “애당초 10년간 안전·안심 예산 100조원을 확보해서 당장 내년부터 10조원을 투입하자는 것이 한국당 주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대한 속도를 내서 어린이안전법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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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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