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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페이스북 공유하기·카카오톡 채팅방 공유도 '선거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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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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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있는 ‘공유하기’ 기능으로 다른 사람의 글을 퍼오기만 했다면 이는 선거운동으로 볼 수 있을까.

카카오톡 채팅방에 시장 후보자를 지지하는 글을 올리고 페이스북으로 선거 관련 글을 수차례 공유한 전 지방공단의 임원 A씨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았다. A씨는 재판에서 본인이 페이스북에 글을 직접 쓰기보다는 ‘공유하기’ 기능으로 정보를 저장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및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위반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A씨의 상고를 기각한다고 27일 밝혔다.

카톡 단체 방에 올리기ㆍ페이스북 공유…선거운동일까

광주시 산하 한 공단의 임원이었던 A씨는 제7회 지방선거 당시 광주시장 선거에 출마하려 했던 B씨의 ‘정책개발자문’을 자처했다. 지방 공단의 상근 임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소속 직원이나 선거구민에게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업적을 홍보해서도 안 된다.

A씨는 지방선거 1년여 전쯤부터 페이스북 계정에 시장선거 후보자 B씨와 관련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 게시글은 A씨의 페이스북 친구 약 5000명 및 일반 이용자들이 볼 수 있는 글이었다. ‘공유하기’ 기능을 이용해 선거와 관련된 글을 수차례 퍼오기도 했다. 다른 후보자를 비방하는 글도 올렸다.

페이스북뿐만이 아니었다. 카카오톡 채팅방에도 다른 후보 C씨의 공약을 비판하고 B씨를 지지한다는 취지의 게시글을 34차례 올렸다. A씨가 글을 올린 단체대화방의 참여 인원은 최소 6명에서 최대 937명에 이르렀다.

A씨 "홍보ㆍ비방목적 아냐, 퍼왔을 뿐" 주장

자신이 쓴 글에 대해 A씨는 "정책에 의견을 낸 글일 뿐 특정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에 대한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코멘트를 달지 않고 공유만 한 글에 대해서는 "정보 저장을 위해 페이스북 기능을 이용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A씨는 선거운동을 하거나 특정 후보자의 업적을 홍보하면 안 되는 신분"이라고 정의 내렸다. 이어 "특정 후보자를 비방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고, 준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하는 것으로 공정한 선거문화를 해친다"고 판결했다. 다만 양형 이유로 "‘공유하기’ 기능은 제3자가 쓴 것을 옮기기에 불과하므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밝혔다. A씨는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받았다.

항소심, "‘공유하기’ 정보 확산으로 봐야"

항소심은 A씨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공유하기’에 대한 A씨 주장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은 ▶공유하기 사용이 1회에 그치지 않은 점 ▶공유한 글 전후로 계속 선거 관련한 글을 게시한 점 ▶공유한 글에는 특정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표현이 들어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항소심은 ”A씨가 제3자의 글을 공유한 것은 ‘정보 확산’을 통한 선거운동 행위“라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이를 옳다고 보고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지난해 대법원에서는 상반된 판결

다만 법원이 모든 ‘공유하기’ 게시글에 대해 선거운동이라고 판결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선거운동이 금지된 사립학교 교사가 페이스북에 20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한 인터넷 기사를 공유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해당 부분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페이스북의 공유하기 기능에 대해 "게시물 의견에 찬성 또는 반대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내용이 재미있어서, 일단 저장해두고 다음에 보려는 등 목적이 다양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아무런 코멘트를 달지 않고 기사를 단순히 한차례 공유한 것’은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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