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자도 맞는다"…여성폭력규탄 서명 거부한 극우 정당

중앙일보

입력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반(反)페미니즘을 내세운 극우 정당 '복스'를 규탄하고 있는 여성들. [AFP=연합뉴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반(反)페미니즘을 내세운 극우 정당 '복스'를 규탄하고 있는 여성들. [AFP=연합뉴스]

스페인 의회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의석을 차지한 극우 정당 '복스'가 여성 폭력을 규탄하는 성명발표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혀 뭇매를 맞고 있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로이터에 따르면 하비에르 오르테가 복스 사무총장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마드리드 시청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해당 선언문이 젠더 폭력의 한쪽 측면만 다룬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오르테가 사무총장은 청중들이 야유를 쏟아내자 "부정론자들"이라고 비난하며 "세상에는 여자에게 맞는 남자들과 아내에게 죽임을 당하는 남편들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권운동가 나디아 오트마니는 연설이 끝난 후 오르테가 사무총장에게 "젠더 폭력 문제를 두고 정치적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외쳤다. 오트마니는 여동생을 보호하려다 동생의 남편이 쏜 총에 맞아 20년 넘게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 [로이터=연합뉴스]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 [로이터=연합뉴스]

스페인 정치권도 복스를 비난했다. 중도좌파 사회당뿐만 아니라 중도우파 국민당에서도 오르테가 사무총장의 발언과 복스의 젠더폭력 규탄성명 불참 결정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복스의 행태에 분노한 마드리드 시민 수천 명은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얼마나 많은 여성이 죽어야 하는가"와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흔들며 복스를 규탄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시당국은 2004년 젠더 폭력에 관한 법이 만들어진 이후 초당적으로 젠더 폭력을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해왔다. 하지만 복스의 불참 결정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할 수 없게 됐다.

반(反)무슬림과 반페미니즘을 내세운 복스는 지난 총선에서 하원 의석(350석) 15.1%에 해당하는 52석을 차지하면서 사회당(120석), 국민당(88석)에 이어 제3당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