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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없는데 폭탄” “집값 올라 괜찮아”…종부세 표정 양극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월 24일 서울의 아파트 밀집 지역 [연합뉴스]

11월 24일 서울의 아파트 밀집 지역 [연합뉴스]

“종합부동산세가 1년 만에 3배나 오르는 게 말이 되나요. 너무 황당해 오늘 국세청·기획재정부에 항의했습니다.”

지난주 국세청 고지서 발송 #은퇴자 쇼크 “세금 내면 소득 없어” #현금흐름 좋은 자산가는 여유 #오히려 추가 구매 의사도

65세 은퇴자 이 모 씨는 25일 중앙일보에 전화해 이같이 말했다. 국세청이 이달 20~22일 전국의 고가 주택·토지 보유자에게 올해분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한 데 따른 반응이다. 올해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60만 명가량으로 지난해(46만 명)보다 14만 명 정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종부세수는 지난해보다 1조1600억원 증가한 3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서울 강남에 아파트 1채, 강북에 상가주택 1채를 갖고 있다는 이 씨는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소득이 거의 없는데 분통이 터진다”고 하소연했다. 연간 월세 소득을 1500만원 버는데, 재산세 550만원과 종합부동산세 520만원을 내기도 버겁다는 의미다.

서울 송파구의 일시적 2주택자인 김 모(42)씨는 “종부세를 작년엔 하나도 안 내다가 올해는 750만원이 나와 충격이 크다”고 밝혔다. 종부세는 6월 1일 현재 보유 중인 자산을 기준으로 매겨진다.

지난주 발송된 올해분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은 사람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보다 종부세가 급등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들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는 서울 등의 집값을 잡기 위해 종부세를 강화하고 있다. 종부세의 근거가 되는 주택 공시가격을 시세에 최대한 근접하게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공시가격을 보정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도 작년 80%에서 매년 5%포인트씩 올려 2022년 100%로 만들 계획이다. 세율도 인상된다. 지난해 집값도 폭등했다.

이우진 세무사는 “은퇴자나 무리하게 갭투자를 한 한계 소유자들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1월 21일 서울의 아파트 밀집 지역 [연합뉴스]

11월 21일 서울의 아파트 밀집 지역 [연합뉴스]

반면 경제적 여력이 있는 자산가는 여유로운 표정이다. 서울 강남에만 아파트를 2채 갖고 있다는 공인중개사 이 모씨는 “아직 고지서를 못 받았는데 2000만원, 3000만원이 나와도 상관없다”며 “몇 년 새 집값이 10억원씩 올랐는데 몇천만원은 약소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더욱이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으니 괜찮다”며 “종부세 증가분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고 했다.

김종필 세무사는 “점점 높아지는 종부세 부담 등을 피하기 위해 강남 등의 자산가 사이에서 증여를 택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종부세 인상 등의 영향으로 서울 등의 집값 상승세가 이르면 올해 12월, 늦어도 내년 초 꺾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주택 보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아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김현미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올 연말이면 규제의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진 주택정책관도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연말 혹은 내년 초 집값이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대부분 종부세 등 보유세보다 양도소득세가 크기 때문에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영범 세무사는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퇴로가 막힌 상태”라고 했다. 오히려 최근 교육부가 “외국어고 등을 폐지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집값 상승 기대감이 더욱 커졌고 ‘버티기’에 힘을 더한다는 설명이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금력이 좋은 사람들은 이왕 세금(종부세 등)을 많이 내는 김에 집을 추가로 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가 주택 소유자 중에선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 ‘폭탄’을 맞았다가 정권 교체 후 다시 완화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수년만 버티면 다시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는 이유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양도세 기준을 완화하는 등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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