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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김재원 참석 놓고 벌어진 예결위 파행 보며 떠오른 질문

중앙일보

입력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인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 예결특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예산소위에서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인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 예결특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예산소위에서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연말마다 이듬해 나랏돈 씀씀이를 놓고 여야가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거의 어김 없이 반복돼왔다. 그런데 올해는 풍경이 좀 다르다. 본격 심사를 앞두고 예산안 ‘내용’이 아니라 ‘심사 룰(규정)’을 두고 논쟁이 붙었다.

여야 대립은 예결위원장인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금부터 진행될 ‘2라운드 심사’에 참석하겠다고 나서면서 불거졌다. 예결위는 지난 11일부터 2주간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열어 513조5000억원 규모의 전 부처 예산안을 한 차례 살폈다. 예산소위 심사로도 마치지 못한 보류 안건에 대해 여야는 관행적으로 ‘소소위(小小委)를 구성해 후속 심사를 했다. 빠른 심사를 이유로 교섭단체 3당(민주당ㆍ한국당ㆍ바른미래당) 간사 3인이 비공개로 진행하는 구조다. 회의록을 남겨두는 ‘공개’ 방식의 예산소위와 달리 소소위는 기록을 남기지 않고 호텔 등 국회 외부에서 심사를 진행하기도 해 매년 ‘깜깜이ㆍ밀실 심사’라는 지탄을 받아왔다. ‘쪽지 예산 밀어넣기’ 같은 꼼수도 생겼다.

김 위원장이 관행을 깨고 소소위에 자신이 직접 참여하겠다고 나선 데는 이런 배경이 근거가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예결위원장으로 선출됐을 때부터 나라 예산을 밀실에 숨어 나눠먹는 소소위 악습은 반드시 없애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한국당이 관례를 깨고 예결위 소소위를 파행시키고 있다”(이해찬 대표)고 비판한다. 3당 간사 구도에서 한국당 소속 위원장이 들어가면 1(여) 대 3(야) 구도가 된다며 형평성도 문제삼고 있다.

논란이 커지면서 싸움은 점입가경이다. 김 위원장은 “말 한마디도 안 하고 회의에 배석만 하겠다”고 하자 민주당에선 “그럴 거면 왜 배석하느냐”고 받아쳤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쪽 속내는 다르지 않다. 예산 심의 주도권을 상대에게 빼앗기면 내년 총선에 불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소소위에 기재부 고위공무원도 들어오는데 솔직히 여당 편 아니냐. 위원장이 들어가도 ‘2(정부ㆍ여당) 대 2(한국당)대 1(바른미래당)’ 구도”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12월 2일로 잡힌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 규정이 무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계속 저렇게 나오면 이달 말 심사를 접고 기재부를 철수시킬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심사 룰을 놓고선 양당 입장이 180도 다르지만 ‘소소위 회의의 투명한 공개’에 대해 미온적인 건 둘이 똑같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 전해철 의원과 위원장인 김재원 의원에게 각각 묻고 싶다. 소소위 공개를 고려해볼만 하다면서 회의록을 남겨두는 데는 왜 소극적인지, 김 위원장이 투명성을 주장하면서도 지난 8월 추경 심사 때 본인이 참석한 소소위는 왜 비공개로 진행됐는지 말이다.

심새롬 정치팀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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