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 인정 못 받고…SK 前 직원 폐암으로 숨져

중앙일보

입력

25일 오전 세종시 보람동 세종시청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끝나지 않은 이야기" 전시를 시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피해자들의 아픔, 가습기살균제참사 해결을 위한 노력, 희생자를 기억하며 등 5개의 소주제로 세종특별자치시를 시작으로 8개 도시에서 전국순회 개최한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세종시 보람동 세종시청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끝나지 않은 이야기" 전시를 시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피해자들의 아픔, 가습기살균제참사 해결을 위한 노력, 희생자를 기억하며 등 5개의 소주제로 세종특별자치시를 시작으로 8개 도시에서 전국순회 개최한다. [연합뉴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가 또 사망했다. 올해 들어 세 번째 사망자다. 지금까지 사망한 피해 신고자는 1460명이 됐다.

25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 유가족 및 가습기 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신고된 장모(63)씨가 전날 폐암으로 숨졌다.

장씨는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이 1994년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 개발할 당시 SK 계열사 부장으로 일했다. 장씨는 가습기 살균제가 정식 시판되기 전인 1993년부터 5년간 시제품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3년 폐암 진단을 받았다.

장 씨는 지난 8월 열린 ‘2019년도 가습기 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선경의 초대 회장인 최종현 회장이 부장급 사원 연수 교육에 참석해 가습기 살균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소개했다”며 “본인과 가족들도 쓰는 좋은 제품이니 다들 써보라고 권유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기 전부터 회사에서는 명절이나 회사 창립기념일 등 때 선물세트에 가습기 살균제를 담아 나눠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 씨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신청을 했지만, 사실상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폐 손상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로 판정받았다. 현재 정부는 폐 질환(1∼3단계)과 천식, 태아 피해, 독성간염, 기관지확장증, 폐렴, 성인·아동 간질성 폐 질환, 비염 등 동반 질환, 독성간염만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질환으로 인정한다. 폐암은 피해 질환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특조위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고자 중 124명이 폐암 환자다. 특조위는 이 가운데 30여명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특조위 관계자는 “피해구제법을 개정해 가습기 살균제 관련 질환은 차별 없이 폐암을 포함해 모두 피해 질환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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