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멸종위기 산양, 이 곳 가면 자세히 볼 수 있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3)

지난주에 100마리의 산양이 월악산에 살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1982년 이후 자취를 감춘 지역에서 복원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국내 멸종위기동물 복원사업 중 최초의 성공사례가 된다. 산양은 천연기념물 제217호이며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1급인 보호종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생물종목록(Red List)에도 취약종으로 분류된다. 또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대한 협약(CITES)’의 부속서에 속해 정부에서 특별히 허가된 경우가 아니면 거래도 금지된다.

한국에 서식하는 산양은 중국의 동북부, 러시아 극동지역에 분포하는 것과 같은 종이다. 국제적으로는 꼬리가 길어 롱테일드고랄(long-tailed goral), 대표적인 분포지역을 따라 아무르고랄(Amur goral)로 불린다. 체중은 암컷이 22~35kg, 수컷이 28~42kg이며 몸길이는 82~130cm, 꼬리 길이는 8~20cm이다. 뿔은 암수 모두 있으며 길이는 8~13cm이다. 다리는 길고 튼튼하며 발톱은 뾰족하고 탄력이 좋아 가파른 암벽을 잘 오르내릴 수 있다.

한국에 서식하는 산양은 중국의 동북부, 러시아 극동지역에 분포하는 것과 같은 종이다. [중앙포토]

한국에 서식하는 산양은 중국의 동북부, 러시아 극동지역에 분포하는 것과 같은 종이다. [중앙포토]

일본과 대만에 분포하는 산양(Capricornis, serow)과 외형은 비슷하지만 분류학적으로 속이 다르다. 한국 등지에 분포하는 산양(Naemorhedus, goral) 은 이에 비해 체구가 작고 뿔이 짧으며 안면에 분비샘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4~12마리씩 무리를 지어 생활하며 나이든 수컷은 대부분 홀로 지낸다. 해발 1000~4000m의 나무가 있는 가파른 암벽지역에서 지내고 있어 다른 동물이 접근하기 힘들다. 먹이는 풀·나뭇잎·잔가지·과일·열매 등이다. 한국에서 서식하는 산양은 해발 600m 이상의 지역에서 생활하며 겨울철에는 250m까지 내려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상시에는 0.5km² 정도인 생활권을 벗어나지 않지만 짝짓기 시기의 수컷은 더 많은 암컷을 찾기 위해 험난한 여정도 한다. 10~12월에 짝짓기가 이루어지면 6~8개월의 임신 기간을 거쳐 5~8월에 1~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산양은 1960년 이전까지 강원도를 중심으로 전국의 산악지역에 많은 수가 살고 있었다. 1960년대 폭설 때문에 먹이를 얻지 못한 많은 개체가 기아로 숨졌다. 먹이를 찾아 민가 근처로 접근한 수많은 개체가 포획돼 죽임을 당했다. 당시에는 자연보호 인식도 부족하고 밀렵이 성행해 개체 수는 계속 감소했다. 서식지도 설악산·양구·화천·울진·삼척·봉화 등에 한정됐다.

산양의 보전사업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 주도하고 있다. 국립공원지역과 인근 지역에서 확인된 개체수는 2018년 12월 현재 679마리다. [중앙포토]

산양의 보전사업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 주도하고 있다. 국립공원지역과 인근 지역에서 확인된 개체수는 2018년 12월 현재 679마리다. [중앙포토]

월악산 산양복원사업의 시작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1980년대 후반에 설악산 지역에서 온몸이 올무에 감겨 탈진한 산양이 구조돼 에버랜드동물원에 이송됐다. 상처가 깊고 의식이 없는 상태라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지만 극진한 치료와 보살핌으로 일어섰다. 당시 동물원에는 암컷만 2마리가 있어 번식할 수 없었는데 구조된 개체는 수컷이었다. 건강을 회복한 수컷은 암컷과 같이 지내면서 매년 1~2마리의 새끼를 선물했다.

동물원은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야생에 방사를 결정하고 당시 담당부처인 산림청은 전문가들과 방사할 장소를 협의했다. 산양이 살고 있거나 살았던 지역, 서식환경이 좋고 방사 후 모니터링이 가능한 지역을 우선 선정했다. 관련자들이 헬기를 타고 후보 지역을 몇 차례 돌아본 후 월악산을 적합한 장소로 결정하게 됐다. 동물원의 산양이 1994년, 1995년, 1998년 3차에 걸쳐 각 한 쌍, 총 6마리가 월악산에 방사된 경위다.

월악산에 방사된 산양은 번식이 순조로워 개체 수의 뚜렷한 증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방사된 개체들은 같은 부모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모두 근친이 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근친을 방지하고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총 22마리의 다른 지역 산양을 방사했다. 유전적으로 건강한 100마리의 월악산 산양은 어려운 과정을 극복한 많은 관계자의 노력이 만든 결과물이다.

산양의 보전사업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 주도하고 있다. 국립공원지역(설악산, 오대산, 월악산, 속리산, 태백산, 소백산, 주왕산)과 인근 지역(울진, 인제, 문경, 용마산, 고성)에서 확인된 개체 수는 2018년 12월 현재 679마리다. 서울의 용마산에 2마리가 확인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최근에는 가평, 포천, 동두천에서도 관찰되었다 한다. 미확인 개체를 포함하면 실제로 국내에 서식하는 산양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산양의 개체 수는 증가추세가 확실하지만, 보전에 대한 관심은 지속돼야 한다. 폭설과 같은 자연재해와 치명적인 질병 등이 잠재하며 밀렵은 근절되지 않고 로드킬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양을 살펴보기 좋은 곳이 있다. 강원도 양구군의 ‘산양증식복원센터’는 구조된 개체들을 회복시켜 자연에 방사하는 과정에 있는 산양을 공개하고 있다. 서식지 환경을 갖춘 넓은 우리에서 자연스럽게 활동하는 산양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보호에 대한 산 교육이 될 것이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