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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의 왕자 호랑이도 쫄쫄 굶는 날 많다, 그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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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2)

호랑이는 단군신화에 출현한 후 지금까지 민속에 깊이 스며들어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동물이다. 한국을 상징하는 국가대표 동물로 서울올림픽과 평창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로도 등장했다.

호랑이는 북으로 시베리아 남동부, 남으로는 인도와 인도네시아까지 산악·삼림· 습지·초원·우림 지역 등 다양한 기후대에서 산다. 전 세계 야생호랑이 개체 수는 1900년대 초에는 10만 마리였지만 최근에는 3500마리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호랑이는 9개아종 중 6개아종(시베리아호랑이, 벵갈호랑이, 인도차이나호랑이, 수마트라호랑이, 말레이호랑이, 아모이호랑이)이 현존하고 3개아종(발리호랑이, 자바호랑이, 카스피호랑이)은 멸종됐다.

고양이과 동물 중에서 체구가 가장 크며 몸길이는 250~390cm, 체중은 90~306kg에 이르며 수컷이 암컷보다 대략 1.5배 크다. 시베리아호랑이는 수마트라호랑이보다 2배정도 크다. 동일 종이라도 한랭한 지방에서 생활하는 개체가 온난지역의 개체보다 덩치가 크다는 ‘베르그만의 규칙’을 잘 보여준다.

호랑이는 고양이과 동물 중에서 체구가 가장 크다. 주로 야간에 활동하며, 소리없이 움직이지만 숨어다니지는 않는다. 나무 위에 오를 수도 있지만 평상시에는 오르지 않는다. [사진 pxhere]

호랑이는 고양이과 동물 중에서 체구가 가장 크다. 주로 야간에 활동하며, 소리없이 움직이지만 숨어다니지는 않는다. 나무 위에 오를 수도 있지만 평상시에는 오르지 않는다. [사진 pxhere]

호랑이는 홀로 다니지만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주로 야간에 활동하지만 교활하지 않다. 평상시 소리 없이 움직이지만 숨어다니지 않는다. 언제나 당당함을 잃지 않는 성품이다.

나무 위에 오를 수는 있지만 평상시에는 오르지 않는다. 수평으로 최대 10m를 뛰었다는 기록이 있고 수직으로는 2m의 점프 능력이 있다. 물을 좋아하고 수영을 잘해 더운 날에는 연못이나 강에서 즐기기도 한다. 7km 너비의 강을 건너고 하루에 29km를 수영했다는 기록이 있다. 주로 야행성이지만 북쪽 지방의 겨울에는 낮에도 활동한다. 고양이과 동물 중 호랑이와 사자만이 포효를 할 수 있는데, 이는 설골 구조의 골화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냥할 때는 후각보다는 시력과 청각을 이용해 사냥감의 뒤나 옆으로 최대한 가깝게 접근한다. 가공할 도약능력으로 뛰어들어 앞발과 입으로 쓰러뜨리고 목을 물어 죽인다. 먹이는 주로 사슴이지만 멧돼지, 곰, 늑대, 너구리도 대상이 된다. 코끼리나 코뿔소의 어미는 건드릴 수 없지만 어린 것은 공격하기도 한다.

하루 5~9kg의 먹이가 필요하나 다음 사냥 때까지 견디기 위해 일시에 40~50kg까지 먹기도 한다. 일주일에 사슴 한 마리 정도는 사냥해야 유지할 수 있다. 뛰어난 사냥꾼이지만 성공률은 10% 정도로 낮아 부지런히 돌아다녀야만 한다. 하루에 10~20km는 보통이고 60km까지도 이동한다.

호랑이는 소변과 대변, 발톱으로 긁은 흔적을 남겨 영역을 표시한다. 경계지역에서는 싸우기보다 피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상대의 영역을 침범할 경우에는 생사를 가려야 한다. [사진 pexels]

호랑이는 소변과 대변, 발톱으로 긁은 흔적을 남겨 영역을 표시한다. 경계지역에서는 싸우기보다 피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상대의 영역을 침범할 경우에는 생사를 가려야 한다. [사진 pexels]

영역의 크기는 주변 환경과 먹이의 양에 따라 다르나 동물 중에서 가장 넓게 잡는다. 인도지역에서는 50~1000km², 만주와 시베리아 남동부에서는 500~4000km²이며 최대 1만500km²로 관찰됐다. 같은 성끼리는 방어적인 영역을 가지며 겹치지 않지만 수컷의 영역은 여러 마리 암컷의 영역과 겹친다. 세력권은 주기적으로 점검하면서 소변과 대변, 발톱으로 긁은 흔적을 남겨 표시한다. 경계지역에서는 싸우기보다 피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상대의 영역을 침범할 경우에는 생사를 가려야 한다.

짝짓기는 연중 가능하지만 11~4월에 더 자주 일어나며 임신 기간은 93~111일이다. 새끼는 동굴이나 바위틈, 수풀 속에 낳고, 한배 새끼 수는 2~3마리가 보통이지만 6마리까지도 낳는다. 태어날 때 체중은 1kg 내외로 6~14일 후에 눈을 뜨고 3~6개월까지 어미의 밀착 보호를 받는다. 1년이 되면 혼자서 사냥이 가능해지고 2년이면 어미로부터 떨어져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수명은 20년으로 암컷은 3~4년, 수컷은 4~5년에 성숙돼 번식에 참여할 수 있으며 암컷은 2~2.5년 간격으로 새끼를 낳는다.

한반도에 살았던 호랑이는 서식하는 지역에 따라서 아무르호랑이, 만주호랑이, 우수리호랑이, 한국호랑이라 불리는 시베리아호랑이다. 1940년대까지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였지만 꾸준한 보호 노력으로 최근 러시아 극동지역과 중국접경지역에 500마리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백두산호랑이, 한국호랑이라 불리는 순수혈통의 시베리아 아기 호랑이. 현재 국내에서 보호 중인 한국호랑이는 7개 동물원에 51마리가 있다. [사진 서울시]

백두산호랑이, 한국호랑이라 불리는 순수혈통의 시베리아 아기 호랑이. 현재 국내에서 보호 중인 한국호랑이는 7개 동물원에 51마리가 있다. [사진 서울시]

한반도에도 수많은 호랑이 출현 기록이 있었지만, 1910년대 조선총독부가 해수구제라는 명분으로 호랑이를 대대적으로 포획한 이래 1922년 경주 대덕산, 1924년 횡성에서 잡힌 것이 마지막 실물이다. 최근까지 흔적에 대한 많은 신고가 있었으나 허위이거나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멸종위기 동물 1급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야생에서는 절멸된 것으로 추정한다.

국내의 한국호랑이 보호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1985년까지 동물원은 벵갈호랑이만 보유해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호랑이의 확보가 절실했다. 기업가와 재미동포의 도움으로 1986년 서울동물원에 2마리, 1987년 에버랜드동물원에 3마리가 미국으로부터 들어온 것이 시작이다. 국내 한국호랑이의 보전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동물원은 2011년 한러수교 20주년 기념으로 러시아로부터 기증받은 한 쌍과 2017년 체코에서 도입한 수컷을 통하여 근친방지와 순수혈통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보호중인 한국호랑이는 7개 동물원에서 51마리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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