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자정쯤 협박 혐의를 받는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전 대표가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청사 밖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인 9일 오전 10시 경찰에 나와 14시간 정도 조사받고 나서는 길이었다.
지난달 7일 검찰은 오후 9시~오전 6시 심야 조사를 폐지한다고 발표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 심야 조사 금지 시점을 자정에서 오후 9시로 앞당긴 안이다.
발표 이튿날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세 번째로 불러 조사하면서 오후 9시쯤 조사를 끝냈다. 12일 정 교수의 4차 소환 조사는 13일 오전 1시 50분에 마쳤다. 실제 조사는 전날 오후 5시 40분쯤 끝났지만 정 교수 측 변호인이 심야 열람을 신청해서다.
오후 9시 30분까지 조사, 이후 조서 열람
일반적으로 조사받은 피의자는 조서를 열람해 자신이 진술한 대로 기재됐는지 확인하는데 이 시간은 조사시간에서 제외된다. 또 조사받는 사람 혹은 변호인이 요청하거나 공소시효·체포시한이 임박할 때는 예외적으로 심야 조사를 할 수 있다.
양 전 대표는 10일 오후 9시 30분쯤까지 조사받은 뒤 2시간 정도 조서를 열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개혁안과 다르게 조사가 오후 9시 넘어서까지 이뤄졌지만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다.
경찰은 2018년 8월 시행한 심야 조사 금지 규정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 규정의 심야 조사 기준 시간은 자정~오전 6시다. 경찰 관계자는 “긴급 체포 사건이나 늦은 시간 지구대에서 넘어오는 사건 등 불가피한 때는 예외로 한다”고 말했다.
심야조사 기준 검찰은 오후 9시, 경찰은 자정
민갑룡 경찰청장은 검찰이 개혁안을 발표한 지난달 7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의 공개소환 폐지안에 관해 “여론을 보면 피의사실 공표는 불가피한 때 이외에 있어서는 안 되고 아주 엄격한 요건 하에서 정말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거로 중론이 모아지는 듯하다”며 “경찰도 향후 수사에서는 기조에 맞춰서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서 발표했기 때문에 같은 정부 수사기관 내에서 여기 이렇게, 여기는 저렇게 할 수 없다”고 덧붙여 검찰개혁안을 따를 것을 시사했다.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시행에 옮겼다. 지난달 경찰청은 지방청 수사 부서에 사건 관계인의 출석·귀가 일시와 장소 등의 사전 공개를 금지했다.
또 체포·구속할 때 피의자의 노출을 최소화한다는 지침을 전달했다. 양 전 대표의 출석·귀가 모습은 결과적으로 청사 앞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 의해 노출됐지만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양현석씨 출석 일시와 장소를 공식적으로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며 “새롭게 전달된 지침을 시행한 사례”라고 말했다.
경찰 “인권 수사 위해 조정 방안 마련할 것”
하지만 조사시간과 관련한 지침은 바뀌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측은 “인권 수사를 위해 조사시간 조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양 전 대표는 아이돌 그룹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의 마약 구매 의혹을 제기한 제보자를 협박했다는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받고 나오며 출석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 사실관계를 소명했다”고 답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기남부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추가 조사 계획과 혐의 인정 여부에 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최은경·김민욱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