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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K팝의 나라 왜 이리 혁신은 못하냐”는 블룸버그의 탄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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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은 경이로운 나라다. 세계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K팝은 전 세계 청년의 문화 코드가 됐다. 한국 화장품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한국 정보기술(IT)은 반도체와 스마트폰으로 세계를 휩쓸었다. 모두 한국의 매력이다. 이런 경이로운 나라가 외신의 탄식 대상으로 전락했다. 세계적 경제전문 매체 블룸버그는 지난 주말 ‘K팝의 나라가 왜 혁신에 실패했나’(How Can the Land of K-Pop Fail to Innovate?)라는 칼럼을 실었다. 이 글에는 한국에 대한 애정과 함께 안타까움과 탄식이 뚝뚝 흘러넘친다.

세계적 흐름에서 한국만 뒤처져 공유경제 낙오 #혁신기업 놓아주라는 외신의 경고 들리지 않나

도대체 어째서 이렇게 첨단을 달리고 반짝이는 한국이 세계적 혁신의 흐름에서 뒤처져 있느냐는 거였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의 안타까운 처지를 한번 둘러보라고 했다. 먼저 한국엔 알리바바의 거대 핀테크 기업 안트파이낸셜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에도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유니콘이 몇 개 있긴 해도 중국의 무수한 유니콘들에 비하면 갓난아기에 불과한 규모라면서다. 더 안타까운 것은 한국의 투자자들이 애만 쓰고 성과는 올리지 못하는 것과 달리 경제력이 한국보다 한참 뒤처진 인도네시아에서도 대형 스타트업을 쏟아내고 있다는 현실이다. 한마디로 한국은 미국·일본 같은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이 한때 크게 앞서 가던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 국가보다 혁신 경제에서 뒤떨어졌다는 통렬한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또 필리핀 마닐라부터 유럽 파리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까지 세계 어디를 가도 우버 같은 승차공유가 가능하지만 한국은 예외라고 탄식했다. 오히려 한국에선 승차공유 사업을 벌이다가는 이재웅 타다 창업자처럼 경영자가 검찰에 기소당하는 게 현실이라면서다. 블룸버그는 기소 바로 그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이 한 행사에 참여해 혁신의 중요성을 소리높여 외치고 있었다는 코미디 같은 상황도 놓치지 않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미·중’ ‘한·일’ 두 무역전쟁에 동시에 휘말린 한국의 처지로 볼 때, 문 정부가 승차공유 같은 공유경제 혁신을 가로막는 ‘레드 테이프’(규제)를 과감하게 없앨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인도네시아의 택시형 승차공유 고젝(Go-Jek)이 이 나라 최대 고용기업으로 성장한 현실을 이재웅씨가 기소된 것과 대비하면서 한국에선 혁신에 대한 저항이 크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공유경제 시대에는 재벌 기반의 성장모델이 더는 통용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한국의 혁신기업들을 그만 놓아주라”고. 외신조차 우리를 이렇게 걱정하고 나라 안에선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문 정부는 친기업도 반기업도 아니고 무기업”이라고 절망했을 정도로 우리는 혁신 위기에 빠져 있다. 부디 경고와 조언에 정부가 귀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