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불복'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볼리비아에서 대통령 경호부대 등 일부 대도시 경찰들이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에 항명을 선언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AP통신은 경찰들이 모랄레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에 동참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통령궁을 지키던 경호대 경찰 수십명은 이날 볼리비아 국기를 들고 주요 도로를 행진했다. 정복을 입은 이들 경찰은 시위대의 박수를 받으며 시위대와 함께 지역 경찰본부로 향했다.
일부 경찰은 시위대가 "시민과 함께하자"고 외치자 크게 동요했다고 가디언지는 전했다. 볼리비아 반정부 시위 중심인 산타크루스 경찰도 이날 "코차밤바 경찰이 시작한 항명에 가담하겠다"고 선언했다. 코차밤바 경찰들은 청사 옥상에서 볼리비아 국기를 흔들며 다른 지역 경찰의 참여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코차밤바 경찰은 자신들을 '정치적 도구'로 삼지 말라고 요구하면서 처우 개선과 경찰 총사령관 사퇴를 촉구했다.
한편 볼리비아 경찰 총사령관은 "(다른 곳으로) 배치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항명 파동'을 부인하고 나섰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쿠데타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지지 기반인 엘 알토 지역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쿠데타'설을 부각하면서도 야당과 시위대와의 대화 가능성은 내비쳤다. 하비에르 사발레타 국방장관은 "군사적 대응은 없을 것'이라며 "거리로 나선 수만 명의 볼리비아 시위대에도 군을 동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소문사진관]
오종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