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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낙엽쓸기 '알바'뛰는 100세 할머니 "건강 비결? 고스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8일 오전 8시 대전시 유성구 구암동 삼정어린이공원. 70세 이상 노인 5~6명이 빗자루로 낙엽을 모아 마대자루에 담고 있다. 또 공원 주변 담배꽁초와 휴지 등 쓰레기도 주웠다. 정부의 공익형 일자리사업(공공근로)에 참여한 노인들이다.

대전 이삼추 할머니, 공익형 일자리 참여 #매주 월·수·금 등 3일 일해 27만원 받아 #이씨 "아픈 데 없고 70대 못지 않은 체력" #잠 잘자고 세끼 잘 챙겨먹는 게 건강 비결 #이씨, "아직 모든 걸 혼자 해결할 수 있어"

지난 8일 이삼추 할머니가 집 근처 삼정어린이 공원에서 빗자루로 낙엽을 쓸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8일 이삼추 할머니가 집 근처 삼정어린이 공원에서 빗자루로 낙엽을 쓸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 가운데 빗자루질 등 작업 동작이 유난히 빠른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올해 만 100세인 이삼추 할머니다. 그는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에 태어났다. 나머지는 70~80대로, 할아버지도 1명 있었다. 그는 “일행 중 나이는 가장 많지만, 체력이 좋아 일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60~70대 못지않은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3년 전부터 공익형 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월·수·금 등 일주일에 3일(하루 3시간) 근무한다. 이렇게 일해서 한 달에 27만원 받는다. 대전에 100세 이상 노인은 모두 331명이다. 이 중 남자가 83명, 여자가 248명이다. 최고령자는 116세 할머니다.

이 가운데 정기적으로 일하고 급여를 받는 노인은 이 할머니가 유일하다고 대전시는 전했다. 대전시 정기룡 노인복지과장은 "장수 노인은 많지만 100세에 그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는 분은 거의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동사무소에서 처음에 '나이가 많다'며 일자리를 주지 않으려고 했다"며 "하지만 몇 차례 찾아가 70대 못지않은 체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더니 기회를 줬다”며 “지금도 아픈 데도 없고 청소 등 간단한 노동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이 할머니는 17세 때 결혼했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직후에는 서울에서 남편과 함께 자영업을 했다. 그는 “음식점·쌀가게·포목점 등을 여러 가지 장사를 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전쟁이 나자 남편과 피난 도중 경북 김천에 정착했다. 김천에서 수십년간 벼농사 등을 지으며 생계를 이었다. 이 할머니는 20년여 년 전 남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자식이 있는 대전에 정착했다. 자식은 아들만 8형제를 뒀다.

할머니는 장수의 비결로 우선 잠을 잘 자는 것을 꼽았다. 그는 “매일 오후 9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잔다”며 “자는 동안 거의 깨지 않고 깊이 잔다”고 했다. 그는 “성격은 낙천적인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 할머니는 식습관에 대해 “음식은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고, 과식은 하지 않는 편”이라며 “고기류는 별로 좋아하지 않고 생선은 즐겨 먹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술은 소주나 맥주로 가끔 한두잔 마신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10년 전부터 혈압약을 정기 복용하는 것 말고는 병을 앓아본 적도 없고 관절도 멀쩡해 거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90세 이상까지 살다 돌아가신 것을 볼 때 건강을 물려받은 것도 장수에게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6월 대한노인회 대전광역시연합회 주최의 ‘건강한 어르신 선발대회’에서 특별상(상금 10만원)을 받았다. 이 대회에서는 한발로 오래 서 있기, 발 들어 올리기 등의 테스트를 했다.

이삼추 할머니가 집근처 커피숍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방현 기자

이삼추 할머니가 집근처 커피숍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방현 기자

이삼추 할머니가 건강한 어르신 선발대회에서 받은 상장. 김방현 기자

이삼추 할머니가 건강한 어르신 선발대회에서 받은 상장. 김방현 기자

그는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평소에는 인근 노인정에 나가 할머니들과 고스톱(화투)을 치며 소일한다. 이 할머니는 “자식과 함께 사는 게 영 불편하다”며 “혼자 살아도 아무런 불편이 없는데 뭣 때문에 자식에게 의지하냐”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고스톱을 치면 두뇌활동을 계속하게 돼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여생을 건강하고 즐겁게 살고 싶다”고 했다. 대전시는 최근 이 할머니에게 장수시민증과 장수 축하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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