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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고 동체엔 금 가고, 보잉 회사 명운 휘청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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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호 04면

난기류 휩싸인 항공업계 

세계 1위 항공기 제조사 미국 보잉이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 최근 연이은 추락 사고로 737-MAX 운항이 중단된 데 이어 보잉의 대표적인 소형기인 737-NG의 동체에 금이 가는 결함이 발생하면서다. 737-MAX가 737-NG의 후속 모델인 점을 고려하면 보잉은 주력 항공기 구모델과 신모델 모두에서 안전 문제를 겪고 있다. 항공 업계에서는 보잉이 수리와 배상으로 회사 명운이 흔들리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737-MAX 추락 후 잇단 주문 취소 #737-NG는 동체 결함 탓 운항 중단 #경쟁사 유럽 에어버스 주문 몰려

보잉은 지난 10월 말 ‘결함 공지’를 내고 세계에서 3만 회 이상 비행한 737-NG 1130대 중 53대의 날개에 동체 이음부에서 균열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국내에 도입된 150대 737-NG 중 우선 점검한 42대 중 9대에서도 동일한 균열이 발견됐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누적 비행횟수가 3만 회 이하(약 2만9900회)였던 이스타항공의 737-NG 기종에서도 균열이 발생했다”면서 “동체 균열 결함 항공기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 보잉 보유현황

국내 항공사 보잉 보유현황

보잉으로선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균열이 발생한 737-NG 기체 보유 항공사들이 해당 기체 운항 중단에 나섰고, 보잉은 운항 중단에 따른 손실금과 정비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1993년 출시된 737-NG는 1993년 출시 이후 올해 생산을 중단하기까지 7000여 대가 팔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운항되는 소형기인 점을 고려하면 보잉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공산이 크다. 737-600~900 시리즈를 통상 NG라고 부른다.

보잉의 고민거리는 이뿐만 아니다. 737-NG 후속 모델인 737-MAX가 2건의 추락 사고로 운항 금지돼 있다. 737-MAX는 기수 센서 관련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각각 189명, 157명이 숨지는 참사를 냈다. 보잉은 지난 2분기 56억 달러(약 6조5447억원)를 737-MAX 운항 중단 등에 대한 손실충당금으로 잡았지만, 배상금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랜디 틴세스 보잉 부사장은 “막대한 규모의 배상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보잉은 동체 균열이 발생한 737-NG 결함 부위의 부품 전체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안전 우려는 여전하다. 737-MAX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결함을 시정할 방침이지만 항공기 주문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항공사 플라이어딜은 7조원 규모의 737-MAX 구매 계약을 취소했다.

보잉이 7년 내리 지켜온 세계 1위 항공기 제조사 자리도 경쟁사인 유럽 에어버스로 넘어갈 전망이다. 737-NG 동체 균열 결함이 불거지기 이전인 올해 상반기 보잉은 737-MAX 추락으로만 40% 가까운 판매량 감소를 겪었다. 이와 달리 에어버스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389대를 인도하며 지난해 상반기(303대)보다 28% 증가했다. 에어버스의 상반기 항공기 순주문에서도 88대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119대가 감소한 보잉을 앞섰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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