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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선고된 자사고에 "지원하겠다" 반색···중3은 웃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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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5년 자사고‧외고를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강남 등 교육특구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2025년 자사고‧외고를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강남 등 교육특구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연합뉴스]

7일 중3 아들을 둔 백모(42‧서울 노원구)씨는 다음 달 이뤄지는 고교입시에서 자녀를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신일고(강북)에 지원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애초 백씨는 집 근처 일반고가 면학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소문을 들어 일찌감치 자사고 진학을 고려했다. 하지만 올해 자녀 고입을 앞두고 자사고들이 시·도교육청의 재지정평가에서 대규모 탈락하면서 고민이 커졌다.

박씨가 자사고에 보내기로 결심을 굳힌 건 이 날 정부가 자사고‧외고를 2025년에 일반고로 전환하되, 2024년까지는 유지하겠다고 밝혀서다. 백씨는 “정부의 대입정책도 정시를 확대하는 분위기라 자사고에 보내는 게 여러모로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2025년에 자사고‧외고를 한꺼번에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들 학교의 인기는 당분간 유지될 거라는 게 대다수 입시전문가의 전망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특혜 의혹이 대입 불공정 논란으로 번지면서 정부가 정시 확대 방침을 정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자사고‧외고는 성적이 좋은 학생이 모여 내신 경쟁이 치열한 만큼 대입 정시로 눈 돌리는 학생도 많다. 정시 대비 학생이 많다 보니 이들 학교의 '수능 노하우'도 일반고보다 우월하다는 평가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일반고는 3년 동안 내신 위주의 학생부종합전형만 준비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자사고‧외고에서는 수능 대비도 병행한다”며 “일반고와 자사고‧외고 간의 정시 준비 경쟁력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교 유형별 학생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고교 유형별 학생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날 교육부의 발표에 따라 자사고‧외고가 2024년까지는 지위를 유지되는 것이란 계 알려지자 선호도가 한층 높아졌다. 학부모 중에는 올해 자사고 재지정평가로 인한 혼란을 보면서 지원을 망설이는 이들이 많았다.

자녀가 재학하는 동안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하면 분위기가 어수선해져 학업에 집중하지 못할까 우려돼서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에 예정된 자사고·외고 평가를 진행하지 않기로 하면서 현재 초 5~중3 학생들은 큰 혼란 없이 자사고‧외고를 졸업할 수 있게 됐다.

입시전문가들은 올해 재지정평가를 통과한 ‘완생’ 자사고들을 중심으로 종전보다 입학경쟁률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시‧도교육청에서 학교운영이나 교육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만큼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이들 학교 중에는 민사고(강원)‧포항제철고‧김천고(경북)처럼 전국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곳이 대다수라 최상위권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정부의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에서 자사고‧외고가 정시뿐 아니라 수시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올해 재지정평가에서 탈락한 ‘미생’ 자사고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경쟁률을 유지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전국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국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의 정시확대 방침에 맞춰 강남 8학군이 부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정부가 정시확대 방침을 밝힌 후 학원가가 몰려있는 강남 대치동 일대 아파트는 한 달여 사이 집값이 2억 넘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사고‧외고가 사라지는 2025학년도 이후에 고교에 진학하는 현 초4 이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강남 일반고 진학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정부는 고교학점제가 안착하면 다양한 교육과정으로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고 보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직 확인된 게 없기 때문에 불안감이 크다”며 “교육 인프라와 대입 실적이 우수한 교육특구 지역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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