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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풀린 부산·일산, 관광버스 타고 와 “바로 계약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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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 4월 1일 부산의 아파트 밀집지역 [사진 부산시]

지난 4월 1일 부산의 아파트 밀집지역 [사진 부산시]

“어제(6일) 부산 수영구는 난리가 났습니다.”

무리 지어 관광버스 타고 내려가 #매도자들은 저가 매물 거둬들여 #‘묻지마 투자’ 주의해야 #분양가상한제 서울 정비사업장들은 침울

수영구의 김성도 공인중개사는 7일 중앙일보에 이같이 말했다. 전날 정부가 부산 동래·수영·해운대구와 경기 고양·남양주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하자마자 서울 등 외지 투자자들의 주택 매수 문의가 잇따랐다는 이야기다. 무리를 지어 관광버스를 타고 내려온 ‘세력’도 눈에 띄었다고 한다. 바로 계약하는 경우도 많았고, 매도자 상당수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거래를 취소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김 중개사는 “이미 보름 전부터 외지인들이 정보를 입수했는지 문의가 많았었는데 어제 규제 해제 발표가 나자 더 심해졌다”며 “부산 전역이 과열될 조짐”이라고 덧붙였다.

부산 해운대구의 김재곤 공인중개사도 “전반적으로 많이 업(up)된 분위기”라고 했다.

부산 집값 주간변동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부산 집값 주간변동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고양 일산도 들썩이고 있다. 이 지역 이인복 공인중개사는 “마두역 인근, 후곡·강선마을을 중심으로 매도자들이 소형 평수 저가 매물을 거의 다 거둬들였다”며 “우리 사무실에만 당장 계약하려는 매수자가 2명 있었는데 모두 허탕을 쳤다”고 말했다.

고양 덕양구의 김진익 공인중개사는 “원당 재건축·재개발 추진 단지들에 대한 매수 문의가 많았고 더러 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기조 속에 부동자금(시장에 유동하고 있는 대기성 자금)이 넘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특히 부산은 서울과 더불어 전통적인 인기 주택 시장이므로 규제가 풀리면 투자수요가 몰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열 우려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고 부산과 고양 일산 등의 투자 매력이 크게 높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은 앞으로 입주 예정 물량이 상당하고, 고양 일산의 경우 주택의 100% 가까이가 낡아서 현재로썬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 고양 집값 주간변동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경기 고양 집값 주간변동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분양가상한제에 주요 정비사업장 침울=6일 조정대상지역 해제와 함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서울 27개 동)이 발표되면서 주요 정비사업장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우선 꼼짝없이 상한제에 걸려든 사업장들은 초상집 분위기다. 철거가 진행 중인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 재건축 조합의 반성용 조합장은 “조합 분위기가 살벌하다, 죽을 맛이다”라며 “정부가 이렇게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 재건축 조합에선 “어떻게든 규제망을 뚫고 원하는 일반분양가를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이 조합은 ‘일반분양 통매각(3.3㎡당 6000만원)’을 추진하다 이달 4일 서초구청의 제지를 받은 상태다.

신반포3차·경남의 일반분양 통매각을 주도하는 한형기 조합원(신반포1차 재건축 조합장)은 “조만간 행정 소송을 걸 예정”이라며 “승소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예외 조항에 포함될 희망이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상대적으로 밝은 분위기다. 최찬성 조합장은 “우리 조합원들은 목숨을 걸고 내년 4월 안에 일반분양을 할 각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한제를 위한 개정 주택법 시행령 시행(10월 29일) 이후 6개월 이내에 입주자모집 공고를 신청하면 규제에서 빠질 수 있다.

최 조합장은 “이제 남은 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라며 “만일 HUG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면 부산 본사로 몰려가 항의 집회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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