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가문 2500년 만에 "여성도 후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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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의 시조(始祖) 공자(孔子.BC 552~BC 479년.그림)의 족보에 마침내 여성의 이름이 올라간다. 지난 2500년간 여자 후손을 인정하지 않던 공자 가문이 여성의 지위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신화통신은 22일 "공씨 족보 편찬팀이 현재 5차 족보 수정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여기에 여자 후손의 이름을 넣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작업은 돌림자 '덕(德.중국명 더)'을 쓰는 공자의 77세손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여자의 이름이 들어간 공씨 족보는 2009년에 나올 예정이다. 편찬팀은 여성 후손들의 이름을 남성과 같은 크기로 병기하고, 여성 후손의 배우자 이름도 조금 작은 크기로 넣기로 했다. 편찬팀은 아울러 여자 후손이 자녀의 성을 공씨로 등재하길 원하는 경우 모두 인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과거 중국에는 '여자와 소인은 다루기 어렵다(惟女子與小人爲難養也)'는 편견 아래 출가하는 여성을 후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폐습이 있었다. 여자를 속 좁고 탈 많은 사람으로 보고 소인(小人)과 같은 부류로 인식했던 유교 때문이었다.

국제유교연합회의 류스판(劉示范) 이사장은 "남존여비(男尊女卑)사상이 강한 중국에서, 그것도 그런 관습을 특히 중시해 온 공씨 가문이 족보에 여성 후손을 올리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공자 세가보(世家譜)'의 편집 책임자인 쿵더웨이(孔德威)는 "대략 20만 명의 여자 후손이 족보에 이름을 올려달라고 신청했다"고 말했다. 공자 후손은 현재 전 세계에 약 300만 명이 퍼져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250만 명 정도가 중국 대륙에 있고 한국에는 1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자 족보의 수정 편찬은 1930년대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 수정 작업은 96년에 시작됐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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