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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질런트 에이스 두고···韓 "안한다" 美 "훈련 한다" 다른 말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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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날아온 미 공군의 KC-135 공중급유기가 공군의 KF-16D 전투기에게 공중급유를 하고 있다. 이 훈련은 영공에서 이뤄졌다. [사진 미 공군]

지난달 8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날아온 미 공군의 KC-135 공중급유기가 공군의 KF-16D 전투기에게 공중급유를 하고 있다. 이 훈련은 영공에서 이뤄졌다. [사진 미 공군]

한ㆍ미 국방부가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를 두고 공개적으로 혼선을 노출했다. 한국은 “유예한다”는 입장인데 미국은 “실시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대변인인 데이비드 이스트번 중령은 4일(현지시간) 올 12월 ‘비질런트 에이스를 유예하냐’는 중앙일보 질의에 “다가오는 연합 훈련들을 생략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우리는 계획한 대로 ‘연합 비행훈련 행사’를 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거듭 말했다. 미국의소리 등 일부 매체도 지난해 북한 비핵화 협상을 지원하기 위해 걸렀던 비질런트 에이스를 올해는 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비질런트 에이스를 올해 안 한다’는 국방부 입장을 전한 전날 보도와는 정반대다.

이에 대해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ㆍ미는 연합준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훈련별 세부 시행방안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면서 “세부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측은 여전히 비질런트 에이스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정부 소식통은 “비질런트 에이스는 지난해 사실상 폐지됐다”고 귀띔했다. 그는 “비질런트 에이스 대신 한국 측은 ‘전투준비태세 종합훈련’을, 미국 측은 ‘연합 비행훈련 행사(Combined Flying Training Event)’란 명칭의 훈련을 각각 따로 벌인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전투준비태세 종합훈련과 연합 비행훈련 행사는 지난해 12월 3~7일 같은 시기에 열렸다. 대대급 이하 소규모 훈련은 한국 공군과 주한 미 7공군이 함께 했다. 대대급 이상은 서로 다른 공역에서 별도로 실시했지만, 비행 상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동해 연합훈련을 하는 효과를 거두도록 했다. 형식은 독자훈련이지만 실질적 의도는 연합훈련이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대외적으로 유예했다고 밝혔을 뿐이다. 소식통은 “올해도 지난해와 똑같은 방식으로 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측 발표는 뉘앙스가 다르다. 이스트번 중령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모든 훈련과 마찬가지로 이 훈련 목적도 양국 군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상호운용성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한·미 발표를 종합하면 소규모의 연합훈련은 여전히 진행하고 대대급 이상에선 비행 상황 정보를 연동하는 연합 성격의 훈련을 하는데, 미국 측은 이런 측면을 분명히 한 반면 한국 측은 흐린 게 된다. 한·미 국방부가 동일한 내용을 갖고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놓은 결과가 됐다. 일각에선 같은 훈련을 놓고 미국 측은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북한에 압박성으로 설명한 반면 한국 측은 북한이 협상 거부의 명분을 삼지 않도록 회유성으로 알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이유야 뭐가 됐건 한·미 군사동맹의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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