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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공정인가” 중견기업 쓴소리에 조성욱, “중견기업도 노력 더 필요해”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어떤 공정을, 무엇을 위한 정의, 누구를 위한 평등을 이야기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린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특강’에서 나온 중견기업계의 지적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건강한 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정위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중견기업연합회 회원사 최고경영자(CEO) 80여명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중견기업 CEO 특강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린 제178회 중견기업 CEO 조찬 강연회에서 '건강한 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정위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공정한 경쟁 규칙이 준수되는 시장 환경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기업생태계의 기반"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혁신, 성장할 수 있는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엄정한 법집행과 구조적·제도적 개선방안 모색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린 제178회 중견기업 CEO 조찬 강연회에서 '건강한 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정위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공정한 경쟁 규칙이 준수되는 시장 환경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기업생태계의 기반"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혁신, 성장할 수 있는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엄정한 법집행과 구조적·제도적 개선방안 모색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조 위원장은 이날 갑을관계 개선·재벌 개혁 등을 위한 공정위의 활동을 소개했다. 또 최근 한국의 경제여건을 진단하면서 “경제가 어려우면 불공정한 반칙 행위가 늘어나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며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모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공정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회에서는 정부에 대한 중견기업인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강호갑 중견련 회장은 개회사에서 “기업인은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나쁜 시장이 착한 정부보다 낫다’는 말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기업과의 역차별,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 문제 등 기업인을 힘들게 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린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조찬 강연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열린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조찬 강연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 회장은 최근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에 대한 검찰의 기소에 대해 “미국 택시업계가 우버를 상대로 벌인 소송에서도 미국 법원은 ‘공정거래법은 경쟁자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판결을 내렸다”며 “새로운 사업의 진출을 막는다면 우리는 택시가 아닌 마차를 타고, 컴퓨터가 아닌 주판을 쓰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위원장은 강연에서 “정부도 경제나 기업의 현실에 대해 정부의 개입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기업의 자발적 노력,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일감 몰아주기를 하지 않는 등 자율적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공정위의 제재 때문에 기업이 가지는 우려에 대해 인정하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공정위가 갑을관계 등의 문제뿐 아니라 경쟁을 촉진자, 주창자 역할에 충실했는지에 대한 비판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앞으로 공정위는 시장경제가 지켜질 수 있도록 감시자, 심판자의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 위원장은 “이제까지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하지 말라’ ‘내부거래 하지 말라’고 제재만 하지 않았나 싶다”며 “동반성장지수 종합평가에 일감 개방 정도를 반영하는 등 대기업이 스스로 일감을 개방하도록 하는 유인체계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연회가 끝나고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공정과 정의만을 너무 강조하면 정책의 기대 목적과는 달리 기업에 부담 많이 줘서 투자 확대나 기업가정신 발휘를 방해하기도 한다”며 “편법승계 등의 목적이 있는 내부거래는 감시할 필요가 있지만, 거래비용을 절감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분배하는 긍정적인 취지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도 많으니 이를 살펴 가며 정책을 펴 달라”고 건의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 25년 동안 학교와 연구소만 있어서 기업은 잘 모를 수 있다. 앞으로는 기업인의 이야기를 더 듣겠다”고 답했다.

 앞서 조 위원장은 지난달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CEO 조찬간담회에서 중견기업에서 벌어지는 일감 몰아주기도 들여다보겠다고 언급했다. 조 위원장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만 일감 몰아주기 관련 법이 적용되고 있지만, 사익편취는 5조원 미만의 기업집단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더 많이 일어난다”며 “이러한 기업집단에 대해서도 과거보다 많은 자료를 통해 감시하고 부당한 내부지원이 있을 경우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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