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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공관 공사에 4억7천여만원 부적절 사용…감사원, 대법원에 28건 '주의'

중앙일보

입력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대법원이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국회에 신청한 만큼 편성 받지 못하자 다른 항목으로 편성된 예산을 절차에 따르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4일 이런 내용을 담은 대법원 재무감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법원 예산 부당 집행 의혹 등이 제기되자 올해 5월부터 6월 사이 대법원 예산편성 및 집행 등 회계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모두 32건의 위법ㆍ부당사항을 확인했다.

15억 신청에 9억여원 편성…6억원은 어디서?

법원행정처는 2016년 5월 기획재정부에 대법원장 공관 보수ㆍ교체가 필요하다며 관련 예산요구서(15억5200만 원)를 낸다. 기재부는 그해 9월 국회에 정부 예산안을 제출했고,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비용 과다 등을 이유로 5억5300만원이 깎인 9억9900만원이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 사업 예산으로 편성됐다.

그런데 법원행정처는 2017년 8월 조달청에 공관 리모델링 사업 관련 계약 공고를 내며 국회에서 편성 받은 예산보다 6억원 이상 많은 16억 7000만원을 예산으로 배정했다. 그해 12월 완료된 리모델링 사업에는 16억6650만원이 쓰였다. 어떻게 국회에서 편성된 예산보다 6억원 이상 많은 돈을 들여 공관을 고치게 된 걸까.

감사원은 대법원이 4억 7500여만원가량의 예산을 무단으로 이용(移用) 및 전용(轉用)했다고 판단했다. 국가재정법과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에 대한 기획재정부 지침 등에 따르면 중앙 관서의 장은 세출예산이 정한 목적 외에 경비를 사용할 수 없다.

만약 다른 항목 등으로 예산을 써야 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생긴 때는 기재부 장관의 승인을 받거나 위임한 범위 내에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국회가 의결한 취지와 다르게 예산을 써서는 안 된다.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 예산은 개별 항목으로 국회에서 편성된 9억9900만원이 배정돼 있었다. 그런데 법원행정처는 다른 예산 항목인 ‘사실심 충실화’ 항목의 대법원 근무환경 개선 사업 예산에서 2억7800여만원을 기재부 장관의 승인 없이 전용해 썼다. 또 법원시설 확충 및 보수에 배정된 ‘노후관사 유지보수’ 항목에서 1억9630여만원을 국회 의결 없이 돌려서 공관 리모델링 사업에 썼다.

감사원, "편성된 예산과 다른 예산 써선 안돼" 

대법원은 당초 감사원이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예산의 이용에 관해선 대법원장 공관도 관사에 준하는 시설물이기 때문에 법원시설 확충 및 유지보수 예산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국가재정법 규정에 따르면 예산 각 항 간의 상호 이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고, 공관 리모델링 사업 예산이 편성된 재판 활동 지원 항과 법원 시설 확충 및 유지보수 항은 서로 다른 항의 예산이므로 법원행정처의 의견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행정처에 추후 예산을 집행하며 국가재정법에 위반되게 이용 또는 전용하는 등의 일이 없도록 예산 집행 및 계약 관련 의무를 철저히 해달라는 '주의' 요구를 했다.

이 밖에도 감사원은 대법원이 조직이나 인력ㆍ예산 규모가 방대한 기관인데도 자체 회계검사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기구와 관련 규정이 없다는 점을 통보했다. 또 일부 국외 파견 법관에게 재판수당 및 재판업무수당이 잘못 지급돼온 점 등에 대해 법령상 개선과 지급된 2200여만원을 회수하라는 시정 요구를 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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