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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男 10명 중 1명 음주운전, 2030 여성 고위험 음주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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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남성 10명 중 1명은 술을 마신 채 운전대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전보다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음주운전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음주운전 경험률 최근 3년간 10% 수준 #고위험 음주 즐기는 젊은 여성↑

김광기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4일 공개한 ‘음주 행태 추이 및 절주정책 제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의 연간음주운전경험율은 10.0%로 기록됐다. [연합뉴스]

김광기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4일 공개한 ‘음주 행태 추이 및 절주정책 제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의 연간음주운전경험율은 10.0%로 기록됐다. [연합뉴스]

최근 3년간 음주운전 경험률 정체..“인식 부족”

김광기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4일 질병관리본부 주최 국민건강영양조사 발표 심포지움에서 ‘음주 행태 추이 및 절주정책 제언’을 공개했다. 김 교수가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한 19세 이상 남성의 연간 음주운전 경험률을 조사했더니 10%로 나왔다. 연간 음주운전 경험률은 최근 1년간 소량이라도 술을 마신 후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운전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는 흡연, 음주, 영양, 만성질환 등 500여개 보건지표를 산출하는 대표적인 건강통계조사로 1998년 도입된 후로 매년 1만여명을 조사한다.

음주운전 조사는 2005년 시작했다. 당시 경험률(24.2%)보다 내려갔지만 아직도 남성 10명 중 1명꼴로 음주운전을 한단 얘기다. 2016년 10.5%, 2017년 10.2%였다. 여성은 2005년 6.9%에서 지난해 3.9%로 줄었다.

김광기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4일 공개한 ‘음주 행태 추이 및 절주정책 제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의 연간음주운전경험율은 10.0%로 기록됐다. [중앙포토]

김광기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4일 공개한 ‘음주 행태 추이 및 절주정책 제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의 연간음주운전경험율은 10.0%로 기록됐다. [중앙포토]

김광기 교수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약하지 않은데도 남성의 음주운전 비율이 줄지 않는다. 술 마시고 운전을 하면 반드시 걸린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하는데 그런 게 약하다. 반복해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연간 음주운전 경험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연간 음주운전 경험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60대-70대-50대 순..“농촌지역 경험률 높아”

남성의 경우 연령별로 보면 60대(13.9%)가 가장 높았다. 이어 70대 이상(12.8%), 50대(11.7%), 40대(11.5%), 20대(7.5%), 30대(7.4%) 등의 순이다. 60대 이상이 높은 이유는 농촌에 고령층이 많은데다 이들의 음주운전 경계심이 낮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동과 읍면 지역의 연간 음주운전 경험률은 각각 6.7%, 13.2%였다. 오경원 질본 건강영양조사과장은 “거주지를 동과 읍·면으로 나눴을 때 상대적으로 읍·면의 음주운전 경험률이 높다"고 말했다. 농촌의 교통이 불편하다 보니 음주 후 운전을 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분석이 있다. 김광기 교수는 “농촌에선 불시에 무작위 단속을 하는 게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김광기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4일 공개한 ‘음주 행태 추이 및 절주정책 제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의 연간음주운전경험율은 10.0%로 기록됐다. [중앙포토]

김광기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4일 공개한 ‘음주 행태 추이 및 절주정책 제언’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의 연간음주운전경험율은 10.0%로 기록됐다. [중앙포토]

올해 6월부터 음주운전의 처벌 기준을 강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일명 ‘윤창호법’이 시행되면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감소 추세다. 그러나 여전히 선진국보다 높다. 김 교수는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강화된 법률을 실효성 있게 집행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무조건 단속만 할 게 아니라 인식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사회 참여↑..2030 고위험 음주 늘었다  

2030 젊은 여성의 높은 고위험음주율도 눈에 띈다. 고위험음주율은 한 자리에서 평균 음주량이 5잔 이상(1잔은 7~8g 해당)으로 이렇게 일주일에 두 번 넘게 마시는 비율을 말한다. 20대는 14.9%로 10명 중 1명 이상이었다. 이어 30대(9.5%), 40대(8.0%), 50대(5.1%)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남성의 경우 40~50대 중년층이 젊은 층보다 고위험음주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과 다른 양상이다.

전체적으로 봐도 여성의 고위험음주율은 2005년 3.4%에서 지난해 8.4%로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남성은 증감이 반복되긴 하지만 일정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약간 감소하는 것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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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여성의 음주에는 그간 스티그마(사회적 낙인)가 있었는데 그런 것이 없어졌다”라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는 단체 회식 기회의 증가를 의미한다. 고위험 음주가 늘 수 있는 상황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전업주부에도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들의 음주를 따라하는 전염효과가 작용하면서 전반적으로 여성 음주가 늘어나는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여성을 공략한 순한 소주가 나오는 등 소주의 저도화 같은 주류시장 변화도 여성 음주를 늘리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김 교수는 “임신 가능 연령대 여성의 음주율 증가는 태아의 두뇌발달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정책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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