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가 창비의 20세기 소설에 빠진 이유는…황동규 시인 "내가 수록 거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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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가 최근 완간한 '20세기 소설선'에서 황순원(1915~2000)의 단편 '소나기'를 제외하자 시인 황동규(68.사진)씨가 "창비가 밝힌 '소나기'의 선집 제외 이유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황동규씨는 황순원씨의 장남으로 선친의 작품 관리 책임을 지고 있다.

창비는 11일 50권 분량의 '20세기 한국소설'을 완간했다. 창비 스스로 "창비판 한국소설의 고갱이"라고 밝힌 이번 선집은 20세기 한국작가 204명의 중.단편소설 374편을 수록했다. 창비는 선집에서 '소나기'를 빼면서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이태준의 단편 '까마귀'의 아동용 버전이란 판단과 '소나기'가 대표작으로 불리는 걸 꺼렸던 작가의 의견을 고려했다."<본지 18일자 18면 참조>

그러나 황동규씨는 "(창비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는 일종의 테러행위"라고 말했다. 황씨는 "창비의 주장을 반박 및 해명하고 싶다"며 선집에 '소나기'가 빠진 이유를 소개했다. 아래는 황씨 설명 요약.

'나는 올 연말까지 최근 3년간 '소나기'의 선집 및 전집 수록을 모두 거절해왔다. 그동안 공급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단행본인 경우에만 이 기간 동안 수록을 허락했고, 그래서 문학과지성사에서 한 권이 출간됐다. 지난해쯤 창비가 '소나기' 전집 수록을 의뢰했지만 이와 같은 이유로 거절했다. '소나기'가 빠진 건 창비가 뺀 게 아니라 내가 거절한 것이다.'

황씨는 또 "이태준의 단편 '까마귀'의 아동용 버전"이라는 창비 측 설명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황씨는 "'까마귀'는 지식인의 고뇌를 다룬 소설이고 '소나기'는 어린이 성장소설"이라며 "한쪽 주인공이 죽는 연애소설은 모두 똑같다는 얘기냐"고 되물었다. 황씨는 "창비가 내 지적을 반박한다면 다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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