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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우 형과 어깨 나란히…다음 목표는 흥민 형의 8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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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한국 선수들이 U-17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환한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이 16강전에서 앙골라를 꺾을 경우, 8강전에서 일본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한국 선수들이 U-17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환한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이 16강전에서 앙골라를 꺾을 경우, 8강전에서 일본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킥오프 휘슬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전반 1분. 한국의 코너킥 공을 칠레 수비수가 머리로 걷어냈다. 아크 에어리어 정면에 있던 미드필더 백상훈(17·서울)이 공의 궤적을 확인하며 뛰어들었다. 논스톱 왼발 슈팅이 그대로 선제골이 됐다.

한국 U-17 월드컵서 조 2위 16강 #칠레에 2-1 승 조별리그 2승1패 #백상훈 52초에 골 역대 최단시간 #모레 새벽 앙골라와 8강행 격돌

국제축구연맹(FIFA)이 확인 결과 전반 52초 만에 터진 골. 한국 축구 역사를 통틀어 FIFA 주관 대회 최단시간 골이 탄생했다. 20년 전인 1999년 나이지리아 20세 이하(U-20) 월드컵 말리전에서 설기현(40)이 기록한 종전 기록(전반 3분)을 2분 이상 앞당겼다.

김정수(45) 감독이 이끄는 한국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이 2019 브라질 FIFA U-17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3일 브라질 비토리아의 에스타지우 클레베르 안드라지에서 열린 C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백상훈과 홍성욱(17·부경고)의 연속골로 칠레를 2-1로 격파했다.

아이티전(2-1승)과 프랑스전(1-3패)을 1승1패로 마친 한국은 2승1패, 승점 6점을 기록했다. 프랑스(승점 9점)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에 진출한 전 이승우(21·신트트라위던)가 뛰었던 2015년 칠레 대회 이후 4년 만이다. 대회는 2년마다 열린다.

허를 찌르는 역발상 전략이 주효했다. 남미 예선에서 17골(8경기)을 몰아친 칠레를 맞아 한국이 두꺼운 수비 전술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김정수 감독 선택은 정반대였다. 전반 시작과 함께 과감하게 강공에 나섰고,  불과 1분 만에 터진 선제골로 초반 분위기를 가져갔다.

선제골로 기세가 오른 한국은 전반 30분에 한 골을 추가했다. 엄지성(17·광주)이 올려준 공을 수비수 홍성욱이 머리로 받아 넣었다. 공은 크로스바에 맞은 뒤 골라인 안쪽에 떨어졌다가 골문 밖으로 튀어나왔다.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을 거쳐 득점을 선언했다. 전반 41분 칠레 니콜라스 오로스에게 한 골을 내줬지만, 추가 실점 없이 승리를 지켰다.

백상훈은 김정수식 ‘전방위 압박 축구’의 컨트롤 타워다. 엄지성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뛰면서 압박과 경기 흐름을 조율한다. 악착같이 뛰면서 상대 공격수를 꽁꽁 묶는 백상훈에 대해 김 감독은 “한국의 은골로 캉테(28·첼시)라 부를 만하다”고 칭찬했다. 캉테는 키는 작지만(1m69㎝) 악착같은 수비(일명 질식 수비)를 펼친다. 백상훈은 키(1m73㎝)도, 플레이 스타일도 캉테를 연상시킨다.

동료들 신뢰도 두텁다. 수비수 김륜성(17·포항)은 “(백상훈은) 많이 뛰고 잘 막는다. 든든하다”, 미드필더 윤석주(17·포항)는 “어떤 상대와 맞붙어도 밀리지 않고 도전하는 파이터”라고 칭찬했다. 골 상황에 대해 백상훈은 “운이 좋았다”며 “상대 수비가 걷어낸 볼이 운 좋게도 내 발 앞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또 “자신 있게 슈팅하자고 마음먹었다. 차는 순간 느낌이 좋아 들어갈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6일 오전 4시30분 앙골라와 8강 진출을 다툰다. 앙골라는 첫 본선 진출인 이번 대회에서 브라질(3승)에 이어 A조 2위(2승1패)로 16강에 올랐다. 앙골라마저 넘을 경우 한국은 손흥민(27·토트넘)이 활약한 2009년 나이지리아 대회 이후 10년 만에 최고 성적(8강)을 재현한다. 선수들은 내심 U-20 대표팀 업적(준우승)을 넘어서기를 바란다. 김정수 감독은 “앙골라는 아프리카 특유의 스피드가 장점인 팀”이라며 “우리는 많이 뛰는 스타일이다. 상대 분석 못지않게 우리 체력 회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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