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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범행일자 다른 마약 투약 범죄는 별개”…위법수집증거 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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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범죄와 공소사실이 다르면 해당 영장으로 수집된 증거는 위법이라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마약 투약 [연합뉴스·뉴스1]

마약 투약 [연합뉴스·뉴스1]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필로폰 투여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압수수색영장과 공소사실 혐의 달라

A씨는 2018년 5월 23일 지인으로부터 필로폰을 건네받아 그날 밤 투약했다. 해당 사실을 제보받은 경찰은 ‘A씨가 5월 23일 필로폰을 건네받았고, 5월 24일 자정이 넘은 시각 마약을 투약한 사실’을 압수영장의 혐의사실로 기재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찰은 한 달 뒤인 6월 25일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A씨의 소변을 채취했다. A씨의 소변에서는 마약 양성반응이 나왔다.

문제는 사람의 소변에서 마약류가 검출될 수 있는 기간은 4~10일뿐이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A씨의 소변 검사에서 나온 마약 양성 반응은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5월 23일 투약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이에 검찰은 5월 23일 필로폰을 교부받은 혐의와 6월 21~25일 사이에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범행 일자 다른 마약 투약 범죄는 별개의 범죄

1심은 필로폰 수수와 투여를 모두 인정해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0만원의 벌금도 추징됐다.

하지만 2심은 필로폰 수수는 인정했지만 투여 부분은 인정하지 않고 파기했다. 압수영장에 따라 압수한 A씨의 소변은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과 별개라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압수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이 부분 공소사실은 모두 피고인이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것으로 동종범죄라고는 보인다”면서도 “마약류 투약 범죄는 범행일자가 다를 경우 별개의 범죄로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2심과 같은 취지로 판단해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에 적힌 필로폰 투약의 점은 경찰이 이 사건 압수영장을 발부받을 당시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혐의사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압수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공소사실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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