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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바로 안정되진 않겠지만“…상한제 규개위 심사에서 무슨 일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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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 아파트 재건축 현장. 철거 마무리 단계여서 내년 4월까지 입주자모집을 공고해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다. 상한제에 앞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도 벗어나기 위해 통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 아파트 재건축 현장. 철거 마무리 단계여서 내년 4월까지 입주자모집을 공고해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다. 상한제에 앞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도 벗어나기 위해 통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6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을 지정한다. 민간택지 상한제 지역이 2015년 4월 전국에서 지정 지역으로 바뀐 뒤 4년 7개월 만에 실제 지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동안은 지정하지 않았다.

민간택지 상한제 규개위 심사 회의록 공개 #상한제 필요성, 공급 위축 우려 등 논란 #

정부가 지난달 29일 관련 법령 개정 공포와 거의 동시에 상한제 지정을 서두르는 이유가 뭘까. 정부의 상한제 안이 원안대로 확정된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 심의 회의 내용을 들여다봤다.

규개위는 정부의 규제 정책을 심의해 규제를 견제하는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비중요 규제’인지 ‘중요 규제’인지를 판단해 중요 규제는 본위원회가 심의·의결한다. 앞서 2017년 정부가 민간택지 상한제 기준을 강화할 때는 예비심사에서 비중요 규제로 분류돼 정부 안이 무사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반발 등 논란이 커 중요 규제로 본위원회 심사 대상에 올랐다.

상한제를 반대한 업계는 규개위 심사에 한 가닥 기대를 걸었지만 결국 무산됐다. 지난달 11일 진행된 심사에 민간위원 13명과 국토부 등 정부위원 7명, 위원장을 비롯해 총 21명이 참여했다.

자료: 규제개혁위원회

자료: 규제개혁위원회

상한제 개정안과 관련한 주요 쟁점을 규개위 위원들과 국토부 간 문답형식으로 정리했다.

국토부 의견

“지난 1년간 분양가 상승률을 보면 집값보다 분양가 상승률이 높다. 1년 만에 아파트 분양가가 3.3㎡(평)당 600만원을 뛰는 사례가 과천에서 실제 나왔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사이에서 3.3㎡당 6000만~8000만 얘기가 나오면서 20여 개 단지가 후분양을 선택하게 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를 받지 않게 된다. 고분양가가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그런 악순환을 방지하고자 이런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최근 분양가 상승기류를 어떻게 보고 있나.  

“지난해9.13대책 발표 후 하향안정세를 보였으나 올해 7월부터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근 유동성이 풀리는데 경기가 안 좋으니 부동산 쪽으로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본다. 재건축·재개발은 거주환경 목적도 있겠지만 투자 목적이 크다.”

상한제가 대응 정책이 된다고 보나.

“상한제를 시행한다고 바로 안정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고분양가가 나오는 것을 어느 정도 차단해서 주변 집값으로 번지는 걸 막아 그게 확산돼 시장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유동자금 때문이라면 상한제 시행해도 효과 있겠나.

“상한제만으로 유동성 관리가 어렵다. 공모형펀드 리츠 활성화를 통해 비주거 부동산을 통한 부동산 상품을 만들어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최근 공공사업에서 보상금 등이 풀리는 것을 우려해 대토보상이든가 채권보상 등을 통해서 현금으로 바로 안 풀리도록 노력하고 있다. 보상금의 50% 정도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상한제로 공급 위축 가능성이 없나. 이미 재건축된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유발하지 않겠나.

“공급 위축 우려 주장은 2007~14년 상한제 적용 시기를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이다. 그때는 전국적으로 시행했고 이번엔 핀셋 지정할 것이다. 최근 상한제 적용 유예를 발표하며 사업 진행이 빨라지고 있다. 오히려 HUG의 분양가 심사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선택하게 되면 공급 시기가 1~2년 늦어지므로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2007년 상한제 적용 후 2008~9년 금융위기가 나타났으나 그 이후 다시 공급이 늘어났다. (상한제 적용하더라도) 공급이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게다가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선별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상한제 기본형 건축비에 적정이윤이 반영돼 있다. 건설업체는 도급계약이어서 수익성에 영향을 안 미치고 조합도 HUG 분양가보다 크게 손해를 입지 않는다. 조합의 수익이 떨어지는 것은 맞으나 그 개개인의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로또 분양 문제가 대두할 텐데 일반 실수요자 입장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나. 

“로또 분양 문제에 대해선 전매제한 기간을 시세와의 차이에 따라 차등적으로 늘린다. 단기차익을 노리고 분양신청을 하는 경우를 제한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점이 상승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긴 한데 최근 서울의 청약 당첨 통계를 보면 무주택 당첨자 비율이 90% 이상이다.”

자료: 한국감정원

자료: 한국감정원

용적률을 완화해 공급을 늘려야 하는 게 아닌가. 

“현재 재건축·재개발하면 평균 1.3배 정도로 세대수가 늘어난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줘서 공급을 늘려준다면 사업 이윤이 좋아져 투자가 더욱 몰리게 된다. 용적률 완화로 공급을 풀어주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상한제 적용) 유예기간을 왜 6개월로 하는 건지. 1년 정도 해야 하는 것 아닌지.  

“경과규정을 도입한 이유는 입법예고 과정 중에 통상 철거에 들어가면 사업을 되돌릴 수 없다. 그런 애로가 있어 불편해소 차원에서 도입한 것이다. 통상 철거에 6개월 정도 걸린다.

상한제 적용에 대한 최초 발표가 지난 7월이고 시행령 개정 시점에서 6개월 유예한 것까지 포함하면 시장에 상당한 시간이 주어졌다고 판단한다.

분담금 추가로 정비사업 자체가 좌초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사례 분석 결과, 일부 추가 부담이 발생하나 분담금이 급격히 늘어 사업이 좌초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

상한제로 인해 공급 위축, 풍선효과 우려 등의 지적도 있으나 선별지정을 할 것이고 과거와 달리 풍선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서울 강남 어디를 지정한다고 해서 그 주변이 그걸로 상승한다고 보긴 어렵다.”

상한제 발표 후 오히려 집값이 더 올랐다.  

“상한제 발표만으로 집값이 급등했다고 보긴 어렵다. 올해 7월에 이미 상한제를 발표했고 지난해 9·13대책 이후 32주 연속 가격 하락하다 올해 3~4월에 재건축 단지 위주로 오르다 7월에 급격히 올랐다. 오르는 상황에서 상한제가 발표된 것이다. 상한제가 시행되지 않으면 오히려 주택시장의 과열이 야기될 것으로 우려된다.”

질의응답 이후 위원회 논의에서 "정책 실패와 시장 실패가 계속 반복되어 왔는데, 이런 제도로 그러한 걸 한 번에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위원들은 정책 방향의 큰 틀에서 상한제가 어쩔 수 없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원안 동의'를 가결했다.

6일 상한제 지역 지정으로 5년여 만에 다시 열릴 민간택지 상한제 시대를 맞아 주택시장이 또 다른 기로에 들어설 전망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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