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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경비원 때려 살해하고 "먼저 맞았다"…2심도 징역 18년

중앙일보

입력

아파트 경비원을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40대 남성에게 2심에서도 징역 18년이 선고됐다.

31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구회근)는 아파트 경비원 A씨(73)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최모(46)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해의 고의가 없었다고 하지만 폐쇄회로(CC)TV 영상에 비춰봐도 단순히 폭행이나 상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먼저 무차별 때렸다" 주장…법원 "인정할 수 없다"

범행 당시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최씨 주장에 대해선 “당시 술을 마셨긴 하지만 등에 비춰봐도 법에서 이야기하는 심신미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게 아니라, 단순히 술에 취한 정도로는 심신미약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또 최씨가 아직 피해자의 유족으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다는 점도 고려했다. 유족은 재판부에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3600여장 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이날 재판부에 “(피해자로부터) 먼저 무차별적으로 맞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CCTV 영상을 살펴봤지만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최씨는 앞서 1심에서도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건 맞지만 당시 119나 경찰이 2시간 늦게 도착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유족 "아직도 사태 파악 못 해…진심으로 사죄해야"

최씨는 지난해 10월 29일 새벽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한 아파트에서 만취한 채 경비실을 찾아가 A씨를 수 차례 손과 발로 폭행해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 신고 중 의식을 잃은 A씨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 결국 숨졌다. 최씨는 A씨가 층간소음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1ㆍ2심에서 검찰은 최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최씨가 계획적 살인이 아닌 술에 취한 상태에서 격분해 살인에 이르렀다는 점을 참작해서다.

A씨의 아들은 선고가 끝난 후 중앙일보에 “피고인은 아직도 언론과 유족들이 본인을 모함한다며 억울하다는 식의 주장을 펴는데 과연 사망한 피해자보다도 억울한가. 본인이 얼마나 큰일을 저질렀는지 사태 파악을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가해자 측에서 무리한 합의 시도를 위해 피해자 친척까지 양해도 없이 찾아가는 무례를 범하고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진심 어린 사죄를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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