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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일하니 정년퇴직" 서울시 최고령 공채 장윤수씨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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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무원 응시연령 폐지 10년 <상>

장윤수(60) 서울시 주무관이 24살 연하의 팀장과 업무를 논의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장윤수(60) 서울시 주무관이 24살 연하의 팀장과 업무를 논의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1959년 8월 20일생(음력)이니까 환갑(만 60세)이 지났다. 여느 직장인 같으면 은퇴 이후를 고민할 시기다. 하지만 지난 8월 5일부터 서울시 경제정책실에서 근무하는 장윤수(7급·일반행정) 주무관은 ‘신입’이다.

서울시 공채 역대 최고령 장윤수씨 #5개월 일하고 연말에 정년 퇴직 #“나이 들어도 도전, 난 퍼스트 펭귄” #4050 국가직 합격자 40→254명으로 #시험 지원자 매년 1000명씩 늘어

그는 지난 5월 서울시 공무원 공채에서 역대 최고령으로 합격했다. 장 주무관은 3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12월 27일 정년퇴임식이 열린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편으론 아쉽고, 다른 한편으론 뿌듯하다”고 말했다.

장 주무관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 것은 54세 때다. ‘공무원 응시연령 제한이 폐지됐다’는 뉴스를 듣고 수험서를 펼쳤다. 처음엔 대전시 9급에 합격해 4년간 일했다. 이후 아내의 권유로 서울시 7급 공채를 다시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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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주무관은 현재 경제정책실 교류정책팀에 근무한다. 서울 청년을 선발해 지방의 시·군으로 파견·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지금까지 45명의 20·30세대를 19개 지방 기업·단체에 연결했다. 그는 “지방에서 새 삶을 개척하는 청년은 ‘퍼스트 펭귄’이다. 나이가 들어도 꿈을 찾아 도전하는 저도 퍼스트 펭귄이라는 생각으로 일한다. 근무 기간은 다섯 달에 불과하지만 보람은 다섯 배쯤 된다”고 말했다.

그가 ‘모시고’ 있는 송수성(36) 교류정책팀장은 “장 주무관은 지역 통계나 결재 자료를 충분히 숙지해 오고 토론에도 적극적”이라며 “‘고령’이나 ‘신입’이라는 사실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장윤수 주무관 임용은 공무원 채용 시스템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나이는 이제 숫자도 아니다는 얘기다. 정부는 2009년 공무원 채용 시험에서 응시 상한연령 제한을 폐지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시정을 권고하면서다.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 과거엔 공무원 임용 시험령에 따라 5급 공채(옛 행정고시)는 32세, 7급 35세, 9급 32세 등으로 연령을 제한했다.

국가직 40·50 공시 합격생 200명 시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가직 40·50 공시 합격생 200명 시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나이 제한이 풀린 지 10년이 지나면서 40·50대 신규 임용이 크게 늘고 있다. 30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09~ 2010년 40대 이상 7·9급 국가직 합격자는 각각 20명 남짓이었으나 2013년 이후엔 급증한다. 지난해 7급 합격자는 46명, 9급은 208명이다. 전체 신규 임용자의 4%다. 인기가 높은 서울시에는 7급 9명, 9급 122명이며 전체의 6.5%다. 2014~2015년엔 40·50대 비중이 9%를 기록하기도 했다.

키워드로 본 40·50대 신입 공무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키워드로 본 40·50대 신입 공무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체 공시생(공무원 준비생)은 20만 명 선이다. 국가직 9급의 경우 전체 응시생이 19만~23만 명이다. 이 정도를 유지한다. 하지만 40대 이상은 2013년 7984명에서 2016년 1만637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1만2163명이 됐다. 매년 1000명가량 늘어난다.

40·50세대의 공무원 열풍은 더 가속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공무원 채용 시장에서 ‘큰 장’이 섰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올해 채용 예정인 공무원은 4만7000여 명에 이른다. 경찰·교사·군인을 포함한 국가직이 1만4000명, 지방직 3만3000명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백종섭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민간기업의 상시 구조조정에다 공무원의 사회적 위상이 높아지고, 나이 격차에 둔감해지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행정 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지고, 서열 중심의 공무원 문화가 능력 위주로 재편되는 부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에선 한계를 지적한다. 김영우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조직과 업무 관리에서는 도움이 안 된다.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일할 사람을 뽑아야 하고, 여전히 나이가 중요한 의사결정 포인트라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이상재·박해리·윤상언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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