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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새내기 공무원 “만족도 74점”···86% “동료에 추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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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무원 응시연령 폐지 10년 <상>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결혼한 지 20년이 지났다. 우연한 기회에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는데, 남편이 눈치챌까 봐 수험서 겉표지를 가리고 다녔다. 그만큼 조심스러웠다. 홍수지(46·가명)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조용히’ 공무원이 됐지만 지금은 남편이 좋아하고, 나도 보람을 느낀다. 업무 만족도가 95점쯤 된다”며 흡족해했다.

일부는 낮은 보수, 지방근무 불만

서울시 은평구청에서 마을공동체 업무를 담당하는 이찬(46) 주무관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주무관은 프리랜서 번역가 출신으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뒤 2017년부터 은평구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서울시 은평구청에서 마을공동체 업무를 담당하는 이찬(46) 주무관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주무관은 프리랜서 번역가 출신으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뒤 2017년부터 은평구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찬(46·7급) 서울 은평구청 협치담당관은 요즘 ‘마을 공동체’ 업무에 빠져 있다. 지역 주민이 사업을 제안하면 집행을 기획 보조한다. 프리랜서 번역가 출신인 이 주무관은 “지난해 신사2동 동네 운동회를 기획했는데, 주민이 1300여 명이나 참여했다. 큰 보람을 느꼈다”며 “보수가 적은 것을 빼면 (공직 생활이) 90점”이라고 자랑했다.

중앙일보 취재팀이 최근 3년 내 임용된 40대 이상 7·9급 공무원 21명을 인터뷰했더니 업무 만족도가 74.4점(만점 100점)으로 나타났다.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지난 7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1226명을 설문조사했더니 ‘자기 일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응답이 49.7%였다.

이종원(48) 청주시 상당구 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은 두 번 시험을 치러 9급에서 7급으로 임용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종원(48) 청주시 상당구 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은 두 번 시험을 치러 9급에서 7급으로 임용됐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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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선거관리위원회 7급 공채에 합격한 이종원(48) 주무관은 “악성 민원이나 이해관계가 얽힌 일을 해결하는 데 자신있다”며 “민간 기업 다닐 때와 비교하면 보수가 적은 게 흠이지만 다른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만족스러워 하는 것은 아니다. 대전에 있는 한 중앙부처에 근무 중인 김성재(46·가명·7급) 주무관은 8년 준비해 공무원이 됐다. 직장에 다니며 세 차례 응시했으나 번번이 낙방했고, 퇴직하고 1년을 더 공부했다. 하지만 그는 “수입도 적고, 지방 생활도 불편해 만족도가 50점”이라고 했다. 경북의 한 군청에 근무하는 이정재(49·가명·9급)씨는 “산불이나 태풍 때는 비상 대기하는데, 선임자가 ‘주말을 반납하는 일이 잦다’고 말하더라. 실망스럽다”고 털어놓았다.

키워드로 본 40·50대 신입 공무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키워드로 본 40·50대 신입 공무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늦은 나이에 새 직장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지방 대도시에 재직 중인 김철민(51·가명·9급) 주무관은 자신을 ‘아싸(아웃사이더)’라고 표현했다. 김 주무관은 “스스로 눈치를 보게 돼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친목 모임에 나간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중도에 하차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윤보영 서울시 인사과장은 “고령자 관련 통계를 따로 내지 않지만 40대의 경우 퇴직률이 20·30대와 비슷하다. 50대는 오히려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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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취재진이 ‘동료나 후배에게 공무원을 추천하겠느냐’고 물었더니 85.7%가 “그렇다”(18명)고 답했다. 이찬 주무관은 “조금이라도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장윤수 주무관은 “나도 옛날에 한가락 했다는 생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말 절박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서울의 한 구청에 근무하는 신예정(47·여·가명)씨는 “예상보다 일이 힘들고 야근도 잦다. 전문직에 있는 40대라면 자신이 경쟁력 있는 분야에서 인생 2막 아이템을 찾아보라”고 했다.

특별취재팀=이상재·박해리·윤상언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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