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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끝나지 않는 마라톤 코스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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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지난달 15일 도쿄올림픽 코스에서 열린 마라톤 그랜드 챔피언십. 여자 선수들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무더위 탓에 골인 지점에 냉탕을 설치했다. [AFP=연합뉴스]

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지난달 15일 도쿄올림픽 코스에서 열린 마라톤 그랜드 챔피언십. 여자 선수들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무더위 탓에 골인 지점에 냉탕을 설치했다. [AFP=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개막(내년 7월24일)이 267일 남았다. 거의 모든 준비를 마치고 카운트다운만 기다려야 할 판인데, 여러 가지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방사능 문제, 수영 경기장 수질 문제, 욱일기 문제에 이어, 이번에는 마라톤 개최도시 변경 문제가 불거졌다.

IOC “너무 더워 삿포로 변경 검토” #도쿄도 “북방영토서 하자” 불쾌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30일 일본 도쿄에서 사흘간의 조정위원회를 시작했다. 개최 준비 상황 점검 등 다양한 이슈가 논의되는데, 관심이 집중되는 주제는 육상 마라톤과 경보 코스를 도쿄에서 삿포로로 변경하는 문제다.

도쿄올림픽 마라톤 경기는 내년 8월 3일(여자)과 9일(남자) 열린다. 이 시기 도쿄의 평균 기온은 섭씨 30도, 최고 40도에 이른다. IOC는 선수 안전을 염려해 16일 “남녀 마라톤과 경보 경기를 평균 기온이 (도쿄보다) 5~6도 낮은 삿포로에서 치르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IOC는 30일 일본 도쿄에서 조정위원회를 열었다. [AP=연합뉴스]

IOC는 30일 일본 도쿄에서 조정위원회를 열었다. [AP=연합뉴스]

6일 끝난 도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무더위에 따른 피해가 속출한 데 따른 조치다. 특히 여자 마라톤은 자정 넘어 시작했는데도 30명이 중도에 포기했다.

우선 올림픽 개최도시인 도쿄도가 강하게 반발한다. 도쿄도는 마라톤 준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쏟아부은 돈만 3000억원에 달한다. 마라톤 코스 중간중간에 황궁, 도쿄타워 등 도쿄의 주요 관광명소를 넣는 등 야심 차게 준비했다. IOC 발표 다음 날인 17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시원한 곳이라면 북방 영토에서 하는 게 어떻냐”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북방영토(일본명)는 러시아와 일본이 영토 분쟁을 빚는 쿠릴열도 4개 섬이다.

IOC 입장에 변화가 없자, 도쿄도는 마라톤 출발 시각을 오전 6시에서 5시로 앞당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25일에는 “도쿄가 안된다면 도호쿠 지역에서 하자”는 방안까지 내놓았다.

도쿄올림픽 야구 경기가 열릴 후쿠시마 아즈마 구장.[신화통신=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야구 경기가 열릴 후쿠시마 아즈마 구장.[신화통신=연합뉴스]

도호쿠 지역 6개 현 중에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현이 포함된다. 일본은 ‘부흥 올림픽’을 내세우고 있는데, 올림픽을 통해 동일본 대지진 피해 극복을 전 세계에 선전하겠다는 것이다.

마라톤의 도호쿠 개최 제안은 야구 한 경기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67㎞ 떨어진 아즈마 구장에서 치르기로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개최도시가 변경될 경우 추가비용을 삿포로시가 부담할지, 아니면 도쿄도와 도쿄올림픽조직위가 부담할지를 두고도 신경전이 한창이다. 마라톤의 경우 코스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선수들은 코스에 맞춰 공략법을 준비한다. 일각에서는 선수들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변경 추진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번 논란의 근본을 거슬러가면, IOC가 미국의 주요 프로 스포츠 시즌을 피해 올림픽을 7~8월 중 개최하면서 벌어졌다. 올림픽을 이용하려는 일본의 정치적 계산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폐회식을 8월 9일 남자 마라톤 경기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인 신국립경기장에서 열 계획이다. 이날은 일본 나가사키에 미국의 원자폭탄이 투하된 날이다. 자신들의 침략사를 덮고,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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