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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제한속도 60→50㎞ 낮추니 사고 16%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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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 종로 보신각 앞 사거리에 제한속도가 시속 50km임을 알리는 표시판이 설치돼 있다.[강갑생 기자]

서울 종로 보신각 앞 사거리에 제한속도가 시속 50km임을 알리는 표시판이 설치돼 있다.[강갑생 기자]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의 보신각 앞 사거리. 신호등 옆에 '50'이라고 적힌 제한속도 표시가 눈에 들어왔다.

서울 종로, 속도 낮춘 뒤 사고 줄어 #범 정부 차원 '안전속도 5030 정책' #보행자 안전 위해 도심 시속 50km #이면도로는 시속 40→30km로 조정 #선진국에선 상당수 이미 시행 중 #2년 뒤엔 전국적으로 확산할 예정 #

 이 지역은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제한속도가 시속 60㎞였지만 한 달 뒤부터 시속 50㎞로 낮췄다. 종로 일대가 대상이었다. 2016년부터 국토교통부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지자체가 추진해온 '안전속도 5030' 정책에 따라서다.

서울 사대문안 이면도로는 제한속도가 시속 30km로 설정됐다. [강갑생 기자]

서울 사대문안 이면도로는 제한속도가 시속 30km로 설정됐다. [강갑생 기자]

 '안전속도 5030'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도심부 내 일반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낮추고, 주택가와 상가 인접도로 등 이면도로의 속도는 시속 40㎞에서 30㎞로 조정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비율이 38%나 되는 등 보행자 안전 수준이 국제적으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어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종로 일대에서 제한속도를 낮춘 효과는 상당했다. 30일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서울의 종로(세종대로 사거리~흥인지문 교차로)구간에서 효과를 분석한 결과, 차대 사람(보행자) 교통사고는 제한속도를 낮춘 뒤 15.8%가 감소했다. 부상자도 22.7% 줄어들었고, 특히 중상자는 30%나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올해부터는 사대문 안 주요 도로의 제한속도를 모두 시속 50㎞로 낮췄다. 부산시도 최근 5030을 본격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홍성민 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차량 속도가 느려지면 차량 제동거리가 짧아지고, 충돌 시 보행자에게 미치는 충격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교통안전공단의 실험에 따르면 시속 30㎞에서 제동거리는 6m였고 시속 50㎞는 18m, 60㎞에선 27m로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행자와 충돌했을 경우 시속 60㎞에선 보행자가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92.6%에 달했지만 50㎞에선 72.7%로 낮아졌다. 시속 30㎞에선 15.4%로 대폭 떨어졌다.

 일부에서 제한속도를 낮추면 차량 흐름에 지장을 줄거란 우려가 있었지만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 일대에서 제한속도를 낮추기 전인 지난해 4월과 시행 후인 지난해 10월을 비교한 결과, 교통량이 많은 오후 2시의 평균 주행속도는 각각 시속 17.1㎞와 17.56㎞로 오히려 약간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6시 역시 각각 시속 17.44㎞와 18.32㎞를 기록했다. 오전 8시와 오전 11시 역시 시속 1㎞ 이내의 차이만 보였을 뿐이다.

자동차 속도별 상해

자동차 속도별 상해

 이 같은 '안전속도 5030'의 효과는 선진국에선 이미 상당 부분 입증된 바 있다. 덴마크는 도시부 제한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낮춘 뒤 사망사고가 24% 감소했고, 호주도 18%가 줄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도시부 제한속도를 시속 50㎞ 이하로 권고했다.

 하지만 국내의 주요 도로는 여전히 시속 60㎞로 설정되어 있다. 이에 따라 도심부 도로에서의 기본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지정하는 내용으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지난 4월에 개정됐으며 2021년에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제한속도가 줄어들면 보행자 교통사고가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포토]

제한속도가 줄어들면 보행자 교통사고가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포토]

 교통안전공단의 권병윤 이사장은 "안전한 보행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5030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국민의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중앙일보ㆍ한국교통안전공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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