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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윤석열 총장의 고소, 조국 수석의 고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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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정진호 사회1팀 기자

정진호 사회1팀 기자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 당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70대 노인이 25일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황모(73)씨는 지난해 자신의 블로그에 ‘조국(청와대 민정수석)의 인물분석’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3월 황씨를 직접 고소했고 수사기관은 황씨를 재판에 넘겼다. 고위공직자가 낸 고소장이 발단이었다. 조 전 장관의 고소사실이 본지 보도를 통해 드러나자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조 전 장관 일가 의혹 수사를 결정한 윤석열(59) 검찰총장은 지난 11일 한겨레 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평행선을 달리는 듯한 조 전 장관과 윤 총장은 명예훼손으로 수사를 의뢰했다는 점에서 접점을 갖게 됐다.

물론 윤 총장이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접대받은 의혹이 있다는 한겨레 1면 보도 내용은 취재 결과 사실과 다르다.

윤 총장과 조 전 장관의 고소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윤 총장은 종합일간지인 한겨레를, 조 전 장관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노인을 고소했다. 블로그와 종합일간지는 영향력 면에서 차이가 있다. 명예를 훼손했다는 글의 성격도 다르다. 황씨는 재판에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글을 복사해 일부 수정했을 뿐이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반면 한겨레는 3명 이상의 취재원을 인용하면서 기자가 기사를 직접 작성했다.

그러나 윤 총장이나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이 모두 수사기관과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자리고 윤 총장은 검찰 조직의 수장이다. 해당 고소 사건 수사에 간섭하지 않고 손을 뗀다고 하지만 그 직위가 주는 간접적 영향력을 무시하긴 힘들다.

허위 사실로 명예가 훼손됐다면 권리 구제를 수사기관에 맡길 수 있다지만 국민은 공직자에게 일반 시민 이상의 관용을 바란다.

국회는 정치 분쟁을 해결하지 못해 수사를 의뢰하고 정부는 검찰이 ‘타다’의 불법성을 판단하는 동안 손을 놓았다. ‘법대로 하자’는 말이 정치권까지 퍼진 상황에서 이를 잠재우기 위해 사회적 책무가 있는 공직자라도 법 밖에서 해결하는 방법을 찾으면 어떨까.

정진호 사회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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