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나경원 악플 고소’ 처분 보류” 지시…“이례적” 지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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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들을 무더기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대검찰청이 일선청에 처분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 형사부는 전날 전국 검찰청 기획검사들에게 “나 의원이 고소한 댓글 모욕 사건 처리와 관련해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처분을 보류해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대검은 이에 대해 “상당수 사건이 이미 처리되기는 했지만 경찰 고소 사건이 추가 송치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건마다 처분 내역이 제각각이어서 대검에서 처리 기준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해 말 한국당 원내대표로 선출됐다는 내용의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단 아이디 170여개를 모욕 혐의로 6월 초 경찰에 무더기 고소했다. 영등포경찰서는 아이디 사용자들의 거주지 관할 경찰서로 사건을 이관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청도 전국에 퍼져 있다.

검찰은 일부 사건에서 기소유예부터 벌금형 약식기소, 불구속기소 등 다양한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비슷한 사건에 대해 검찰청별로 처리 결과가 너무 다를 경우 검찰의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고 대검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모욕 사건은 이미 판례가 많은 만큼 대검 차원에서 기준을 세우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진모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순 형사사건인 ‘모욕’에 대해 전국 검사들에게 공문을 보낸 것은 특수부가 사문서위조 사건을 수사하는 사안과 더불어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피고소인이 100명이 넘고, 모욕 내용과 정도 및 수준이 다 다른 상황”이라며 “청별로 처리 기준이 달라지는 것을 방지하고 통일적인 기준을 세워 균형 있는 처리를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대검은 과거에도 유사한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이번과 동일한 방식으로 사건 현황을 파악해왔다”고 덧붙였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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