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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추위 '보통'이라도 '기습 한파' 세게 온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월 출근길 한파에 모자와 마스크로 꽁꽁 싸맨채 남대문시장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 올해는 지난 겨울과 비슷한 '보통' 수준의 추위가 예상되지만, 가끔 한파가 강하게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지난 1월 출근길 한파에 모자와 마스크로 꽁꽁 싸맨채 남대문시장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 올해는 지난 겨울과 비슷한 '보통' 수준의 추위가 예상되지만, 가끔 한파가 강하게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올해 겨울은 무난하게 추운 가운데 간헐적으로 강한 한파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북쪽 시베리아고기압 약세에 #지구온난화 추세까지 겹쳐 #극지방 얼음 양 역대급 감소 #한반도에 간헐적 한파 올 듯

기상청 김동준 기후예측과장은 “올해 겨울 추위는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초겨울에 강한 한파가 꽤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24일 밝혔다.

무엇보다 겨울 추위를 결정하는 시베리아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해 시베리아 고기압 세력 '보통', 추위 '보통'

우리나라 겨울날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베리아 고기압. 시베리아대륙에 앉아서 동아시아쪽으로 바람을 불어낸다. 지도에 붉은 색으로 표시돼있지만, 북쪽에 위치해 상당히 차고 건조한 기단이다. [자료 기상청]

우리나라 겨울날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베리아 고기압. 시베리아대륙에 앉아서 동아시아쪽으로 바람을 불어낸다. 지도에 붉은 색으로 표시돼있지만, 북쪽에 위치해 상당히 차고 건조한 기단이다. [자료 기상청]

겨울의 추위를 결정하는 요인은 크게 3가지다.
시베리아 고기압이 강할수록, 북극해 얼음이 적을수록,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적을수록 춥다.

시베리아고기압은 북서쪽에 자리잡고 한반도로 차고 건조한 바람을 불어내는 세력이다.
시베리아고기압이 확장하면 냉기도 몰려오지만, 서해안에서 따뜻한 바다와 만나 많은 눈을 내리기도 한다.

올해는 시베리아고기압의 세력이 압도적으로 강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과장은 “시베리아고기압이 아주 강하진 않은 데다, 확장‧수축을 반복하면서 우리나라 인근에서는 따뜻하게 변질되기도 한다”면서 “시베리아고기압의 약세로 올겨울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추위를 보이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2017-2018년 겨울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하다가 이동성고기압으로 변질된 날의 일기도. 겨울에 많이 부는 북서풍과 이동성고기압이 부는 동풍이 맞부딪히면서 대기정체를 만들면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기도 한다. [자료 기상청]

2017-2018년 겨울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하다가 이동성고기압으로 변질된 날의 일기도. 겨울에 많이 부는 북서풍과 이동성고기압이 부는 동풍이 맞부딪히면서 대기정체를 만들면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기도 한다. [자료 기상청]

시베리아 고기압은 확장하다가 고기압 중심 자체가 내려와 중국 해안가에 걸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는 오히려 조금 따뜻한 이동성 고기압으로 변질되고 바람도 약해지기도 한다.

김 과장은 “이 경우 대기정체로 미세먼지가 확 높아질 수 있는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온난화도 영향, 겨울 평균기온 +2℃

최근 5년의 겨울 평균기온 지도. 맹추위를 보였던 2017-2018년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평균기온이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겨울철 평균기온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자료 기상청]

최근 5년의 겨울 평균기온 지도. 맹추위를 보였던 2017-2018년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평균기온이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겨울철 평균기온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자료 기상청]

이번 겨울이 그다지 춥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장기적으로 겨울 평균 기온이 올라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 과장은 “46년 동안 12월 평균기온은 0.3도, 1월은 1.1도, 2월은 1.8도가 올랐다”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철 1, 2월의 평균기온이 높아지는 경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기상청이 분석한 기후변화 최상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한파일수 예상치. 온실가스 배출이 줄지 않고 온난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50년 후에는 우리나라에서 '한파'가 없어질 수도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기상청이 분석한 기후변화 최상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한파일수 예상치. 온실가스 배출이 줄지 않고 온난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50년 후에는 우리나라에서 '한파'가 없어질 수도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극지방 얼음 안 얼어…초겨울 강한 한파 온다

지난해 9월과 올해 9월 북극해의 빙하 면적. 2018년 빙하의 3시방향, 5시방향의 얼음 면적이 2019년 사진에선 사라진 모습이 보인다. 올해 빙하면적은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겨울이 다가오는데 얼음이 다시 오는 속도도 느려, 기상청은 올해 겨울 빙하면적은 2012년보다 더 적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자료 기상청]

지난해 9월과 올해 9월 북극해의 빙하 면적. 2018년 빙하의 3시방향, 5시방향의 얼음 면적이 2019년 사진에선 사라진 모습이 보인다. 올해 빙하면적은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겨울이 다가오는데 얼음이 다시 오는 속도도 느려, 기상청은 올해 겨울 빙하면적은 2012년보다 더 적을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자료 기상청]

다만 올해 극지방의 빙하량이 매우 적어, 초겨울에 간헐적으로 한파가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한파는 북쪽에 위치한 기압골이 순간적으로 강하게 발달할 때 확 추워지는 현상으로, 겨울이 춥고 따뜻한 것과는 별개의 개념이다.

북극해의 빙하량이 적으면 공기가 극지방의 평소 기온보다는 따뜻해지는데, 이 따뜻한 공기는 부피가 커지면서 남쪽으로 공기를 밀어내 한국·중국 등이 위치한 중위도 지역에서 한파를 일으킨다.

북서풍 경향이 커지면서 중국과 몽골의 사막에서 황사를 일으킬 확률이 높고, 그 황사를 그대로 동아시아 쪽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

김 과장은 “북극해 얼음 면적이 평년보다 적을 경우 황사 발생 확률이 높은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부연했다.

북극해의 빙하면적(왼쪽 그래프)은 2012년 가장 적었고(맨 아래 점선) 2019년 현재 역대 두번째로 적다(하늘색 선). 북극해 얼음양이 적으면 2012~2013년 겨울처럼 한파가 극심하고 온도 편차가 큰 날씨를 보인다. [자료 기상청]

북극해의 빙하면적(왼쪽 그래프)은 2012년 가장 적었고(맨 아래 점선) 2019년 현재 역대 두번째로 적다(하늘색 선). 북극해 얼음양이 적으면 2012~2013년 겨울처럼 한파가 극심하고 온도 편차가 큰 날씨를 보인다. [자료 기상청]

역대 가장 북극해 얼음이 적었던 해는 2012년이다.
2012~2013 겨울은 최근 5년간 가장 추웠던 해로, 평균기온도 낮지만 강한 한파도 많이 발생해 기온 편차가 큰 겨울이었다.

올해 빙하량 추이는 최저였던 2012년과 비슷하다.

역대 최저값이었던 2012년 9월 17일 빙하면적이 3390㎢인데, 올해 빙하면적 최소값은 9월 18일 4150㎢로 기상관측 사상 두 번째로 적었다.

김 과장은 “9월 중순의 북극 얼음 면적이 가장 작고 지금쯤 다시 얼음이 얼어야 하는데, 최근 추이를 보면 2012년보다 얼음 어는 속도가 느리다”며 “2012년보다 빙하가 더 적어지면 겨울에 깜짝 추위가 많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2019년 북극해 빙하 면적 최대치(3월 13일, 빨간 선)와 최저치(9월 18일, 흰 얼음)를 표시한 위성사진. [자료 NASA, EPA=연합뉴스]

미 항공우주국(NASA)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2019년 북극해 빙하 면적 최대치(3월 13일, 빨간 선)와 최저치(9월 18일, 흰 얼음)를 표시한 위성사진. [자료 NASA, EPA=연합뉴스]

짧고, 약하고, 눈 덜 오는 한국의 겨울

[자료 기상청]

[자료 기상청]

한반도의 겨울은 점점 약해지는 추세다.
김 과장은 “1907년 이후 관측 자료를 보면 서울에 영하 12도 이하의 한파가 찾아온 날은 지난 100년간 18일 정도 줄어들었고, 영하 15도 이하인 날은 100년간 7일 줄어들었다”며 “한파일수가 줄었다는 건 덜 추워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도 적게 내린다.
서울에 눈이 내린 날은 지난 100년간 약 7일이 줄어들었다.

[자료 기상청]

[자료 기상청]

겨울이 늦게 시작하고 빨리 끝나는 경향도 분명하다.

겨울의 시작은 하루 평균기온이 5도 미만인 날이 10일째 지속되는 날, 겨울의 끝(봄의 시작)은 하루 평균 기온이 5도 이상인 날이 10일째 지속되는 날을 말한다.

지난 10년간 겨울 시작은 0.7일 늦어지고, 겨울 종료는 1.4일 빨라졌다.

김 과장은 “12월 겨울 시작도 조금 늦긴 하지만, 2월의 기온이 높아지는 경향이 커 겨울이 끝나는 시점이 더 많이 빨라졌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현재 태평양의 수온이 평소보다 높아 순환하면서 또 다른 변수를 만들어 낼 수가 있어서 분석 중”이라며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예전엔 우리나라의 겨울에 영향을 주지 않았던 태평양과 인도 몬순지역의 기단까지도 유기적으로 연결돼, 겨울 날씨의 변수가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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