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로컬 프리즘

관변단체로 전락한 시민단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김방현 기자 중앙일보 내셔널부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김방현 대전총국장

지난 15일 대전경찰청에서는 다소 낯선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경찰이 마련한 ‘공동체 치안토론회’였다. 먼저 ‘공동체’란 용어가 생소했다. 시민단체가 즐겨 쓰는 말인데, 거기에 치안을 접목하겠다니 이해가 쉽지 않았다. 황운하 대전경찰청장도 “공동체 치안의 정확한 개념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토론자 5명 가운데 2명은 대전참여연대 대표 등 시민단체 관계자였다. 전문성이 필요한 치안정책에까지 시민단체가 개입하는 모습이었다.

현 정부 들어 시민단체와 집권세력의 친밀도가 대단히 높아졌다. 정부는 물론 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대전시는 지난해 7월 이후 시민단체 출신 10여명을 채용했다. 부이사관(3급), 서기관(4급) 등 고위직도 있다. 이에 공직사회는 불만이다. 9급 공채로 입사해 30년 정도 일해도 서기관 승진을 못 하는 직원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대전시가 올해 8개 동사무소에 채용한 동자치지원관 상당수도 시민단체 관계자다. 지원관은 주로 주민자치 활성화 도우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무원들은 “동장이 한 명 더 생겼다”며 볼멘소리다. 이들 연봉은 약 4000만원으로 구의원보다 많다.

대전시 산하 ‘사회적자본지원센터’는 시민단체인 ‘풀뿌리 사람들’이 운영한다. 이 센터에서는 주로 마을공동체 역량 강화 지원 등의 일을 한다. 올해 운영비 28억원은 전액 국민 세금이다. 대전시 ‘공동체정책과’의 올해 예산 176억원의 상당액은 시민단체와 관련된 활동에 지원한다. ‘마을 리빙랩 구축’ 등 대부분 개념조차 난해하고 실체도 모호한 사업에 쓴다.

반면 대전 시민단체가 현 집권세력에 비판의 목소리를 낸 적은 거의 없다. 두 달 넘게 조국사태로 나라가 두 동강 났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러자 시민단체가 관변단체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은 사라지고 단체만 남았다고도 한다. 시민단체는 그동안 권력기관 견제와 감시 기능을 충실히 해왔기 때문에 시민이 응원했다. 권력과 이권에 참여할 권한까지 부여한 것은 아니었다. 이제 시민이 시민단체를 감시할 때가 왔다.

김방현 대전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