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학생 월담 때 미 대사관저 직원 2명 다쳐…해리스 섭섭해 하더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민갑룡(왼쪽) 경찰청장은 24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주한 미 대사관저 기습농성 사건 질문에 ’ 감찰조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민갑룡(왼쪽) 경찰청장은 24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주한 미 대사관저 기습농성 사건 질문에 ’ 감찰조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그 사건 이후로 대사를 만났는데 대사가 약간 섭섭함을 말하더라. 그 과정에서 직원이 2명이 다쳤다고 한다. 그것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 그 누구도 미안함을 표명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

김병관 “정부 미안함 표명 안 해” #버닝썬 사건 최초 신고자 김상교 #“여당 의원이 회유” 이름은 안 밝혀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의 행정안전부·경찰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말이다. ‘사건’은 지난 18일 오후 3시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 19명이 주한 미국 대사가 머무르는 관저(일명 하비브 하우스)에 기습 침입해 벌인 시위를 말한다. 당시 해리 해리스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마련한 주한 외교단 리셉션에 참석 중이었다.

김 의원은 “경찰청장은 외교부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셔서 그 부분에 대한 사과도 필요하리라고 본다”고 했다. 이에 민갑룡 경찰청장은 “알겠다”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도 “외교적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책임자 문책을 하고, 외교부와 협의해 주요 공관에 등급을 매겨서 경비 수준을 보강·강화하는 부분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민 청장은 “즉시 추진해나가고 있는 부분”이라 했다.

야당 의원들은 더 강하게 비판했다.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진연 회원 19명이 백주대낮에 미 대사관저를 침입하기 전에 사다리까지 들고 왔다 갔다 했는데 왜 검문·검색이 안 됐나”고 질타했다. 민 청장이 “당시에 바로 지척에서 거리 문화 축제가 있었다고 한다. 인파들 틈에 이렇게 섞여 있어서 좀 감지를 못한…”이라고 하자, 윤 의원은 “사다리를 들고 왔다 갔다 하는데 검문검색을 안 했다면 경찰이 눈 뜨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경찰 조직의 기강이 다 무너졌다”고 성토했다.

한편 ‘버닝썬’ 사건 최초 신고자인 김상교씨가 24일 행안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여당 의원이 자신을 회유하려 한 정황을 증언했다. 그는 여당 의원을 만나게 된 경위에 대해 “한 언론사 기자가 ‘의원님이 뵙고 싶어하니 볼 수 있겠느냐’ 해서 만났다”고 밝혔다. 이어 “그 자리에는 진보단체 간부급 인사가 함께 있었다. ‘내부 고발자 모임’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내부 고발자 모임에 서지현 검사,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 윤지오씨 등이 소속된 게 맞냐’(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는 질문에 “비밀 모임”이라며 “그중에 뵌 분도 있다”고 했다. 해당 내부 고발자 모임에서 “(버닝썬 사건의) 최초 폭행자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최순실씨 조카 사진을 보여주며 ‘이 사람에게 폭행당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주어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맥락상 여당 의원으로 들렸다.

다만 자신을 회유했다고 하는 여당 의원과 진보단체 간부의 실명 공개는 거부했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이 “이 자리에서 회유 시도한 민주당 의원 실명을 밝히라”고 주문하자 김씨는 “제가 법적으로 보호를 받기가 (어려울까) 걱정이 돼서 두려운 감이 있다” 답했다. 김 의원은 “보호받을 수 있는 자리”라고 하자, 전혜숙 행안위원장(민주당)이 “아닌데…”라고 개입하기도 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