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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 환경에서도 기쁜 장면 보여주는 음악 골랐다"

중앙일보

입력

“인간이 살기 힘들어지는 환경이지만, 비극적으로만 그리고 싶진 않았다. 되도록이면 기쁘고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서울국제음악제의 류재준(49) 예술감독 24일 서울 신사동 풍월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1회째 음악제의 주제인 ‘인간과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류재준 #22일 개막 다음 달 8일까지 #작곡가 펜데레츠키 내한은 취소

2009년 시작한 서울국제음악제는 2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헝가리 죄르 필하모닉의 연주로 개막했다. 개막을 포함해 총 4번의 오케스트라, 7번의 실내악 공연이 다음 달 8일까지 이어진다. 작곡가이기도 한 류 감독은 “초반부 공연들은 인간, 후반부는 환경과 연관돼 있다”며 “단 한 명이라도 환경에 대해 생각해주고, 집에 돌아가 조금이라도 변화를 시도한다면 좋겠다”고 했다.

류재준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이 올해 음악제의 주제인 '인간과 환경'에 대해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 OPUS]

류재준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이 올해 음악제의 주제인 '인간과 환경'에 대해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 OPUS]

음악제의 하이라이트는 26일 크시스토프 펜데레츠키의 ‘누가 수난곡’ 한국 초연이다. 1966년 작곡된 이 작품은 폴란드인인 작곡가가 직접 겪은 전쟁과 그 후의 비극, 그리고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류 감독은 “사람으로서 걸어야 할 길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그 끝이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처럼 비극적이라 하더라도 걸어가는 것만으로 다음 세대에 뭔가를 보여줄 수 있지 않겠느냐. 그 점에서 음악제의 주제와도 통한다”고 설명했다.

당초 내한해 이 곡을 지휘하기로 했던 펜데레츠키는 건강상의 이유로 출연을 취소했다. 대신 폴란드 지휘자인 마쉐 투렉이 무대에 오른다. 류 감독은 “86세인 펜데레츠키가 최근 무대를 취소할 때마다 투렉이 지휘를 맡았다. 그만큼 실력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음악제에서는 폴란드와 헝가리의 음악이 주축이다. 류 감독은 “음악제 첫 회부터 목표는 한국과 연관 있는 나라의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었다”며 “한국에서 잘 들을 수 없는 새로운 음악을, 스타 연주자보다는 진짜 실력이 좋은 ‘가성비 좋은’ 연주자들을 통해 공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31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열리는 실내악 공연은 ‘파도치는 해변’ ‘봄의 발라드’ ‘겨울 문턱에서’ 등 계절과 관련된 제목으로 열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절망적일 정도이지만 너무 비극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심각성을 깨달으면서도 지금 있는 것을 향유하고 느끼라는 메시지가 들어있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서울국제음악제는 서울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롯데콘서트홀, 일신홀, JCC아트센터에서 나눠 열린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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