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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빗나간 예측에 잘못된 처방…내년이 더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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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전 분기 대비 0.4% 성장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1%대까지 내려가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이후 10년 만의 최저다. “3분기 0.4% 성장률은 기업으로 치면 ‘어닝 쇼크’와 비슷하다”(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는 게 시장 반응이다. 우리 정부의 빗나간 예측과 이에 근거한 잘못된 처방이 경제성장률을 주저앉게 한 원인이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4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기재부의 당초 전망치와 실제 실현된 지표 간의 간극은 상당하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올해 성장률을 2.6~2.7%로 전망했다가, 올해 7월 2.4~2.5%로 낮췄다. 당시만 해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18일이 돼서야 “올해 경제성장률이 2.0~2.1% 수준”이라고 하향 조정했다.

작년 말 2.6% 전망 ‘지나친 낙관’ #IMF 한국 내년 성장 0.6%P 내려

수출은 지난해보다 3.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올해 내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며 9월까지 전년 대비 9.8% 감소했다. 640억 달러로 예상한 경상수지 흑자도 8월 말까지 340억 달러에 그쳤다. 민간 소비, 설비 투자 등도 정부의 당초 전망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빗나간 정부 전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빗나간 정부 전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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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청와대와 정부는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고 근본적 성장세는 건전하다”(8월 문재인 대통령),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9월 문 대통령) 등 낙관론을 펼쳐왔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오판이 잘못된 정책 처방으로 이어지고, 결국 민간의 경제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우리 경기는 2017년 9월을 정점(국가통계위원회 공식 판단)으로 2년 넘게 내리막이지만 정부는 지난 4월 처음으로 ‘경기 부진’(최근 경제동향 4월호) 진단을 내렸다. 그 사이 정부는 최저임금 2년간 29%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법인세율ㆍ소득세율 인상 등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쏟아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가라앉는 지표는 넘치는데, 청와대와 정부는 유리한 지표만 꼽아 통계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경제를 걱정하면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고, 안 좋은 지표는 ‘전 정권 탓, 외부 요인 탓’이라며 책임을 회피한다”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부의 ‘정책 오진’에 대한 민간의 학습효과로 정부 정책이 신뢰를 잃고, 정책 효과는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까 우려된다”라고 덧붙였다.

걱정은 앞으로다. 민간에서 바라보는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점점 더 어두워져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2%로 지난 4월 전망(2.8%)에서 0.6%포인트나 내렸다.

주요 기관의 내년(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 기관의 내년(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LG경제연구원은 “세계교역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내년에도 우리 제조업 수출 부진은 계속될 전망”이라며 한국 경제 성장세가 내년 1.8%로 올해(2.0%)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외 투자은행(IB) 중에는 모건스탠리와 BoA-메릴린치가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각각 1.7%ㆍ1.6%로 내다보며 올해(1.8%)보다 더 나쁠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도 경기가 반등할 뚜렷한 계기가 보이지 않는 만큼, 경기 하강 국면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내지 하반기로 예상됐던 ‘경기 바닥’도 역시 시점이 미뤄지는 모습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재정지출을 조기에 집행한 여파로, 4분기에는 성장률이 더 나쁘게 나올 것 같다”며 “민간 부문의 부진이 이어지고 미·중 무역갈등 같은 불확실성도 남아 있어 내년 성장률도 올해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 주요 부문의 정부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데, 정부 재정을 경제 성장률을 견인할 산업이나 연구개발(R&D) 방면에 투입해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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