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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유니클로와 감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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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소아 기자 중앙일보 증권부장
이소아 산업2팀 기자

이소아 산업2팀 기자

감수성은 종종 ‘감상성’과 같은 말로 쓰이곤 한다. 사전적 의미로 감수성은 외부의 자극을 잘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고, 감상성은 쉽게 슬퍼하거나 쓸쓸해 하는 성질이다. 사뭇 다르지만 언제부턴가 감수성은 이성이나 분별력의 반대말로 여겨졌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역사학자 안 뱅상 뷔포는 『눈물의 역사』에서 19세기 이후 사실주의가 득세하며 감수성을 대변하는 눈물은 나약함의 표상이 되고 절제가 미덕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근래 부쩍 자주 듣게 되는 ‘○○감수성’은 우리가 새로운 감수성이 요구되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성인지 감수성’이 대표적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 내용 일부가 성희롱 논란에 휩싸이자 “평소 깨어있다고 생각했는데 감수성이 약했던 것”이라고 인정한 그 덕목이다. 이 밖에 장애인지 감수성, 갑질인지 감수성, 사회적 언어인지 감수성 등 주로 인권과 성별 문제에 대해 보다 민감해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감수성들이 의미 있는 건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한 공감과 배려를 낳기 때문이다. 공감과 배려야말로 경제적 성장을 넘어 개인과 사회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척도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 의류브랜드 유니클로의 감수성은 시대에 뒤처졌다고 봐야 할 것 같다. “80년도 더 된 일을 기억하냐고?”란 광고 자막에 위안부 폄하 의도가 없었다 해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이 광고를 보고 1930년대 말 세상에서 가장 약하고 고통받던 시기를 떠올릴 누군가가 있을 수 있다는 인지를 하지 못했다. 20여 개국에 진출했지만 글로벌 감수성은 갖추지 못한 글로벌 기업. 전 세계 소비자들과 만나는 한국의 기업들도 무심히 지나치면 안 될 사례다.

이소아 산업2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