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속옷 브랜드가 한솥밥을 먹을 가능성이 커졌다. 속옷 브랜드 ‘트라이’로 유명한 쌍방울이 여성 속옷 브랜드 ‘비비안’으로 유명한 남영비비안을 인수할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토종 속옷 브랜드 합칠 가능성
남영비비안은 21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쌍방울·광림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쌍방울 역시 같은 날 “매각주간사(라자드코리아)로부터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음을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이번 협상은 남석우 남영비비안 회장(23.80%)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75.88%)을 쌍방울·광림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내용이다. 양사는 다음달 15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막바지 협상에 돌입했다.
남영비비안은 62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 토종 여성 란제리 브랜드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남영비비안이 사업을 매각하는 건 속옷업계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해서다. 남영비비안은 사업보고서에서 “노동집약적인 섬유·봉제산업의 특성상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다품종·소량 생산에 따라 수익 창출 요소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남영비비안은 지난해 매출액 2061억원을 기록했지만 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7년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실적 반등에 실패했다. 남영비비안의 수익성이 악화한 건 유니클로·자라·H&M·망고 등 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 의류 생산 전 과정을 담당하는 해외 스파(SPA) 브랜드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속옷 시장을 공략하면서다.
쌍방울과 함께 남영비비안을 인수하기 위해서 컨소시엄에 참여한 광림은 크레인·특장차를 만드는 업체다. 1993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현재 쌍방울 지분 1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