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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고 입시 수학문항 절반이 교육과정 밖…사교육 없이 어려워"

중앙일보

입력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전국 영재학교 8곳의 입학전형에 출제된 수학 문제 중 절반 이상이 중학교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전국 영재학교 8곳이 지난해 출제한 2019학년도 입학시험 수학 문항 239개를 분석한 결과, 전체 문항 중 132문항(55.2%)이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항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영재학교 입시는 학생부·자기소개서·관찰소견서 등 서류를 검토하는 1단계, 지필고사로 영재성·사고력·창의성을 평가하는 2단계, 합숙을 통해 토론·면접·논술·팀 과제 수행을 평가하는 3단계로 나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현장 교사와 교육과정 전문가 12명에게 지난해 영재학교의 2단계 전형에서 쓰인 수학 문항을 분석했다.

단체 측에 따르면 교사와 전문가들이 중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났다고 판단한 문항들은 대학 수학과 전공 과정의 정수론, 조합론, 기하학과 이산수학, 대수학 등에 관련한 문항이었다. 올림피아드나 경시대회에 단골로 내는 문제들도 상당수 있었다. 이런 문항들은 중학교 정규 교육과정과는 무관한 분야이므로 특정 사교육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항이라는 게 단체 측의 비판이다.

이런 결과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구본창 정책국장은 "고액의 사교육을 부담할 수 있는 특권층만 영재학교에 입학할 수 있어 부와 기회의 대물림이 반복되는 꼭짓점에 영재학교가 존재한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재학교는 선행학습과 선행학습이 필요한 입시 문제를 내는 게 금지된 과학고와 달리 중학교 정규과정에 벗어난 문제를 내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공교육정상화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영재학교 역시 과학고와 동일하게 과학 인재 양성이라는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법 적용을 받아야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구본창 국장은 "교육부가 영재학교가 '만들어진 영재' 대신 설립 취지에 맞는 진짜 영재를 발굴해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도록 돕는 교육기관으로 존재하도록 적극적인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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