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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 "여성 사회진출, 유리 천장 아닌 부러진 사다리가 문제"

중앙일보

입력

2019년 직장 내 여성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19년 직장 내 여성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여성의 사회 진출이 좌절되는 가장 큰 이유는 ‘유리 천장’이 아니라 ‘부러진 사다리(broken rung)’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양성 평등을 위한 노력 덕분에 여성 임원은 조금씩 늘고 있지만, 여자 신입 직원이 첫 승진에서 많이 탈락하는 게 기업 성비 불균형의 실질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미국 캐나다 590개사 2200만 명 설문 #신입채용·임원승진 남녀 성비 맞추지만 #관리자급 첫 승진 과정에서 여성 배제 #여성비율, 신입 48%에서 관리자 38%로 #맥킨지 회장 "부러진 사다리 고쳐야"

16일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발간한 ‘직장 내 여성 2019’ 보고서에 따르면, 양성 평등에 따른 기업의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유리 천장’은 깨지고 있지만, 여성이 위로 오르는 사다리가 끊긴 점이 가장 큰 문제로 드러났다. 기업이 신입직원 채용과 임원 승진 과정에서는 의도적으로 남녀 성비를 맞추지만, 관리자급의 첫 승진 때는 여성을 배제한다는 분석이다.

맥킨지가 미국과 캐나다의 590개 기업 내 2200만 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5년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신입직원 때만 해도 남녀 성비는 거의 비슷하지만, 남자 직원 100명이 관리자급으로 오를 때, 여성의 승진은 72명에 그쳤다.

직급별 여성 비중을 따져보면, 신입직원은 48%인데 비해 초기 관리자급은 38%로 확 줄어든다. 이후 팀장급(34%), 초급 임원급(30%), 임원급(26%), 최고경영진(21%) 순서로 여성 비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진다.

590개사 인사부가 말하는 성차별 문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90개사 인사부가 말하는 성차별 문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러나 대부분 기업은 ‘여성의 첫 승진’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맥킨지는 지적했다. 기업 인사 담당자는 직장 내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여직원의 인맥 활용’을 꼽았다. 인사 담당자의 47%는 여성 직장인이 선배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했다. 반면 여성이 관리자급으로 처음 승진할 가능성이 작다고 답한 인사 담당자는 19%에 불과했다.

조사에 참여한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양성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편견이 아닌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장 내 여성의 가장 직접적인 문제부터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이 첫 승진에서 밀리는 가장 큰 이유로는 출산과 육아가 꼽힌다. 여성의 20%가 휴직할 경우 커리어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생각을 하는 남성은 10%에 그쳤다. 결국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할 때까지는 남녀 모두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만, 출산과 육아라는 고비에 많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무너진다. 한국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30대 기혼녀 세 명 중 한 명은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여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무너진 사다리’는 기업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다. 여성으로 역대 두 번째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에스테르 뒤플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14일 “노벨상을 받는 여성이 적은 이유는 상을 주는 사람들이 여성을 홀대해서가 아니라 경제학계의 통로가 소수계층에 충분히 열려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학생의 교수 임용 자체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맥킨지는 양성 평등의 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현재 여성의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36%, 노동력 비중은 39%에 불과하다. 맥킨지는 경제·사회적으로 완전한 성평등을 이룰 경우 추가로 얻는 경제효과가 2025년까지 세계적으로 11조7100억 달러(1경3895조원)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세계 GDP가 11%나 늘어난다는 얘기다.

케빈 스니더 맥킨지 글로벌 회장은 “여성 리더십의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는 부러진 사다리를 고쳐야 한다”며 “이 경우 5년간 미국에 100만 명의 여성 관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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