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헌재 1년 위헌 결정 5건|계류 중 사안 어떤 게 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헌법수호와 기본권보장 기능을 맡으며 6공화국 들어 출범한 헌법재판소(소장 조규광)가 19일로 한 돌을 맞았다.
헌재는 지난 1년 동안 국가상대가 집행금지를 규정한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구 사회보호법의 필요적 감호조항, 국회의원 후보의 기탁금제도를 담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법 등 5건에 대해 위헌법률 결정을 했으며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 1건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들은 법개정을 앞두고 있거나 사실상 유명무실화된 사안에 대해 위헌결정을 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헌재가 헌법해석에 새 장을 열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한다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헌재에 접수된 사건은 위헌법률심판 제청 1백16건, 헌법소원청구 2백75건, 헌법재판에 관한 질의·진정 등 일반민원신청 1백2건 등 모두 4백93건.
이에 반해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 쟁의심판, 정당해산심판, 고위공직자 탄핵심판청구 등은 1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현재 헌재에 계류중인 주요사건과 진행내용을 살펴본다.
◇안기부 법 헌법소원=공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은 헌법상 예외적으로 열거돼있는 대통령소속기관(감사원·국가안보회의 등)을 제외하고는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아야하는데 정부조직법14조에서 국무총리의 통할을 받지 않는 대통령소속기관으로 안기부를 두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86조2항에 어긋난다는 내용.
5월10일 접수된 이 사건은 전원재판부에서 세계각국의 입법 예와 정보기관에 대한 자료를 수집, 비교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 미국CIA와 일본공안 조사청의 입법근거 및 운용실태 등의 분석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이 같은 순수 법률적 측면뿐만 아니라 대공 정보수집과 정보화시대에 대비한 안보차원에서의 현실적 필요성 등 안기부의 긍정적 기능도 고려하고 있어 심판관들이 결정을 내리는데 상당히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처리 시한 6개월에 구애받지 않고 신중한 협의와 토론을 거쳐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교원의 노동3권에 대한 헌법소원=공무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금지한. 국가공무원 법66조1항이 헌법11조1항(평등권), 21조1항(결사의 자유), 31조4항 (교육의 자주성·전문성보장)등에 위반된다는 것으로 5월18일과 19일 공립학교와 사립학교교사가 각각 제출했다.
이들은『교육공무원이라는 사회적 신분에 따라 일반근로자에 비해 차별대우하고 교원들의 자주적·자율적인 일체의 집단적 교육활동을 막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총무처와 문교부의 의견조회를 받아 심리중이다.
정부측은『공무원 신분은 헌법과 국가 공무원법에 따라 권리와 의무를 향유하는 특별권력관계에 있기 때문에 일반국민 지위에서 인정되는 자유와 권리 중 일부를 제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맞서고 있다. 또『교육의 자주성·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보장을 위해 정치활동이나 노동운동은 오히려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있다.
헌재 주변에서는 이 결정이 미칠 파급효과가 워낙 클 것으로 보고 신중한 심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연내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사정제도 헌법소원=3월2일 접수 된 이 사건은 사형제도를 인정하고있는 형법338조(강도살인·강도치사)와 행형법57조1항(사형집행)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헌재는 우리의 범죄현실과 양형제도 및 흉악범으로부터 사회방위 필요성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무기징역이 선고되더라도 사면권이 남발돼 종신형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는 행형제도의 기형적 운용현황을 살펴볼 때 이 제도 자체의 위헌성을 인정하기는 무리라는 입장에 재판관들의 의견이 접근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형제도 폐지가 세계적 추세인 점을 감안, 사형제도의 문제점 및 보완책을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이 헌법소원의 전제가 된 사건이 이미 사형확정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기각 또는 각하 할 가능성이 높으나 사형제도 존폐를 포함한 이제도가 가지고있는 문제점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해석, 10월 중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기타=토지거래 허가제를 규정한 국토이용 관리법 21조3항과 노동3권을 보장하면서 제3자개입을 금지하고 있는 노동쟁의 조정법 13조2항 및 국가·지방자치 단체의 현업종사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을 막고있는 노동쟁의 조정법 12조2항에 대한 위헌법률사건 등 결정결과에 따라 일파만파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중요사건이 수두룩하게 계류돼있다.
이밖에도 정내혁 전 국회의장, 양정모 전 국제그룹회장, 권철현 전 연합철강회장, 윤석민전 대한선주회장 등의 공권력 개입에 의한 재산권 헌법소원 등 지난날 파행적인 공권력행사의 주름살이 깃든 시국성 헌법소원도 심리 중이다.<김석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